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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연산군의 남색, 용과 엉키다

등록 2005-12-16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 개관 페스티벌 연극 <이></font>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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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빼어난 전시 견학지임이 틀림없다. 그것만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도 손해 볼 것은 없지만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고 공연 관람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문화예술 체험일 것이다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터에 자리잡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은 건물 외벽에 빨간색의 용 형상이 새겨져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박물관에 들어선 공연장인 극장 용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연중 계속될 예정이다.

개관 페스티벌로 공연하는 연극 <이>(爾)는 5년 전 초연되어 그해 각종 연극상을 휩쓴 작품이다. 뮤지컬 스타 오만석도 이 작품을 통해 공연계에 이름을 알렸다. 연극 <이>는 영화 <왕의 남자>로 리메이크되어 스크린에서도 만나게 됐다. 그만큼 흥행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때문이다. 문화유산의 보고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궁궐의 이야기를 관람하는 것은 색다른 감흥을 안겨줄 만하다.

한마디로 조선시대 궁궐에서 질펀하게 펼쳐진 궁중 광대들의 이야기다. 뒤틀린 인간 연산, 궁중 코미디언 공길, 질투의 화신 녹수 등이 등장한다. 연극은 연산군이 광대극을 좋아했는데 광대 가운데 하나인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는 기막힌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여기서 동성애는 연산과 공길을 묶으면서 녹수와 공길의 갈등을 심화해 결정적 국면으로 끌고 가는 힘을 발휘한다.

연극 <이>는 말장난, 성대모사, 재담, 음담패설 등 언어유희를 통해 시대를 고발한 ‘소학지희’(笑謔之戱)를 엿보게 한다. 오늘날의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욕망으로 빚어낸 갈등과 비극을 유쾌한 놀이를 양념 삼아 감동으로 버무린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연극 제목인 이(爾)는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말이었다. 12월21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02-1544-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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