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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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의 문제에서, 철학은 더 이상 뒷북 치는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신기술은 DNA의 나선형 구조처럼 생명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을 배배 꼬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간 복제 논쟁>(도미니크 르쿠르 지음, 지식의풍경 펴냄)은 매우 날카롭고 새로운 시각으로 유전공학에 관련된 철학적 문제들을 파헤치고 있다. 우리의 규범이 어떠해야 하는지 일일이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 유전공학에 대응하는 철학의 태도에 대한 비판과 제안이다. 즉, 논의의 출발점을 다지는 작업이다.
지은이는 인간복제 논쟁에서 대척점에 선 두 가지의 견해를 이야기한다. 생명파멸론자와 기술낙관론자. 지은이는 유전공학 기술에 대한 거부와 숭배를 대변하는 두 관점이 철학적으로 어떤 지평에 서 있는지 얘기하고, 그 오류들을 짚어낸다.
일단 생명파멸론에서 보여지는 ‘기술’과 ‘인간 본성’에 대한 견해를 들여다본다. 생명파멸론은 기술을 단순한 과학의 응용으로만 본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기술을 조정하며 환경을 능동적으로 자신에게 적응시켜왔다. 생명공학이 인간 본성을 해친다고 말할 때, 이 인간 본성은 18세기 사회계약론자들의 이론적 틀에 갇혀 있다. 사회계약을 통한 국가 형성의 전제가 되는 인간은 ‘자연 상태’의 인간이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 인격, 생물학적 특성은 철학의 한 개념에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확장되며 관계에 의해 드러난다.
지은이는 이러한 생명파멸론의 근본 바탕에 종교가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성은 신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이것을 그르치는 것은 세계의 파멸을 뜻하게 된다. 이런 묵시론적 기술-신학이 공포를 조장하게 된다.
반면, 인간복제를 맹렬히 찬양하는 기술낙관론도 기독교 신학적인 개념들로 구성돼 있다. 그것이 미래에 완벽한 이상세계가 도래할 것이라는 천년왕국의 세계관, 종말론이다. 이것은 생명공학의 출현과 동시에 나온 관점이 아니라 중세 초기에 기술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뒤집어지고, 프랜시스 베이컨 같은 경험론자 일파들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비판을 통해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나게 된다. 지은이는 생명공학을 둘러싼 종교적 거부와 옹호를 버리자고 주장한다. 그것은 인간과 기술의 개념을 재창조해내는 일에서 출발한다.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차원이라는 점부터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것도 영원불변의 본성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지은이가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포스트 휴먼’이라는 말은 기술의 개입을 통해, 개체화와 생물학적 특성과 관계의 변화를 겪게 된 인간을 뜻한다. 생명공학에 대한 규범은 이런 인식의 변화를 전제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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