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내가 좋아하는 라이브 재즈 클럽은 서울 삼청동에 있는 ‘재즈스토리’이다. 정통 재즈 레퍼토리를 가진 건 아니라서 ‘사랑과평화’의 공연도 열리고 <호텔 캘리포니아>도 흘러나오지만 재즈를 넉넉하게 품어내는 공간의 미덕으로 인해 지금도 이곳은 나의 재즈클럽 넘버원이다.
건축가 차운기가 폐기물과 잡동사니로 안팎을 꾸민 이 집에 처음 들어섰을 때, 난 ‘허름하다’라는 생각 대신 ‘천장이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적당하게 높은 천장은 라이브 공연을 할 때면 계란을 쥔 손처럼 소리를 조심스레 모은다. 탁자별로 흩어진 손님들의 대화도 천장 아래에서 오순도순한 모양새로 가다듬어진다.
무엇보다 여기선 재즈라는 이름의 음악에서 ‘계급장’을 떼낼 수 있어서 좋다. 한국의 재즈 거품은 대략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시작됐는데, 재즈란 게 블루스의 자식이고, 블루스는 흑인들의 노동요가 아니더냐는 식으로 계보의 시조를 모셔놓고 새삼스럽게 ‘거품’에 관하여 논의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불과 1년 전에 서울 강남교보타워에 들어섰던 세계적인 재즈클럽 ‘블루노트’의 7번째 지점, 블루노트 서울이 하룻밤 공연료로 8만원(나중에 5만6천원)을 책정했다가 2달 만에 폐업 위기에 몰릴 정도로, 여전히 ‘럭셔리 재즈 마케팅’에 대한 부질없는 환상이 유령처럼 떠돈다는 물증들이 있기에, 혼자 괜히 골내보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를 봐도,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봐도, 재즈는 여전히 ‘무드’이다. 뭐, 재즈가 세련미 연출에 동원되는 기계적 장치라고 규정지어버린들 누가 이를 탓하겠냐마는, 영혼을 해방시키는 이 음악의 자유로움엔 뒷골목을 얼룩지게 만든 ‘술과 마약의 나날들’이 함께한다고 믿는 나로선, LG아트센터나 예술의전당이 10만원 내외로 모셔주는 재즈 뮤지션들의 즉흥 연주들조차도 깔끔하게 뼈가 발린 슈파마켓의 진공 포장 생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뜨겁고도 차가운 이 음악을 ‘액세서리’로 삼지 말고, ‘재즈스토리’ 같은 장소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자신을 낮춘 건물 재료로 고급 공무원과 청바지 대학생을 후려쳐서 ‘손님’으로 소화해내는 곳. 부유한 이가 살든 가난한 이가 살든 그 사람의 살림살이를 그대로 품는 한옥의 융통성과 비슷하다고 말하면 과장이려나. 그래도 ‘비즈니스 아우라’로 고상함을 강요하는 클럽이나, 극장식 탁자 배열로 학습의 압박을 안겨주는 클럽에 가본 기억이 있다면 당신도 이곳을 싫어하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내가 가장 걷고 싶은 길로 꼽았던 ‘삼청동길’도 와인바와 샌드위치 가게로 무장한 트렌드 세터들의 신식 건물 습격으로 인해 담백하고 소박한 맛을 많이 잃었으니, 나는 그게 가장 아쉽다. (* 주의: 이곳의 음료값이 잡동사니만큼 싼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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