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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동아시아 역사의 화해

등록 2005-06-01 00:00 수정 2020-05-03 04:24

한·중·일이 함께 만든 3국의 근현대사 <미래를 여는 역사>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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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의 학자, 교사,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동아시아 역사 교과서가 나왔다. <미래를 여는 역사>(한겨레신문사 펴냄)는 2001년 4월 86개의 시민사회단체와 학계가 모여 결성한 ‘한중일 3국 공동역사교재위원회’(교재위원회)가 수차례의 국제회의를 통해 일구어낸 성과다. 교재위원회는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일본 후소샤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일본 정부가 검정 통과시킨 사건을 계기로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인식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매우 쉬운 언어로 간단치 않은 동아시아의 근현대사를 좇는다. 역사 서술에서 ‘객관적’이라는 말처럼 비객관적인 말은 없다. 그러나 3국의 국가주의가 저마다의 역사해석을 무기로 충돌하고 있는 시점, 특히 ‘가해자’인 일본 우익의 역사 왜곡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주의의 함정을 피해가며 공동 역사인식의 틀을 만드는 이 책에는 ‘객관적’이라는 말을 붙여줄 수도 있겠다.

책은 삼국의 개항과 근대화로부터 시작된다. 서양 열강의 압력에 밀려 3국이 문호를 개방하던 이 시기는 일본의 동아시아 세력 확장 야심이 싹트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근대의 역사는 결국 일본 제국주의 침략사가 그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를 만들고 근대화 정책과 아시아 지역을 향한 팽창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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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2장은 본격적인 일본 제국주의의 확장을 다룬다. 특히 일본이 한국을 강제적으로 병합하는 과정과 한국인들의 저항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한-일 합방은 한국인이 바란 것이었다”는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발언과 달리 일본의 통치가 얼마나 강압적인 것이었는지 상세하게 그려진다. 이어 3장에선 일본이 중국 동북 지역을 침략하고 이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며 세계대전의 포연 속으로 뛰어들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특히 일본군이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저지른 학살들이 다양한 증언과 사료들을 바탕으로 설명된다. 4장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의 과거 청산이 실패한 과정을 보여준다. 도쿄 재판에서 미국은 왜 천황을 재판정에 세우지 못하도록 했는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배상·보상 문제는 어떻게 애매한 채로 남겨졌는지를 설명한다. 아마도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지막 장일 듯싶다. 역사 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남아 있는 개인 보상과 배상, 야스쿠니 신사 등 계속 동아시아 평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과 해법을 제시한다.

제국주의와 전쟁과 억압에 맞서는 동아시아 민중들의 투쟁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보여준다. 책의 제목대로 동아시아의 올바른 역사인식만이 동아시아의 미래를 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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