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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들어라, 발칸의 울림을!

등록 2005-06-01 00:00 수정 2020-05-03 04:24

월드뮤직의 진수를 들려주는 고란 브레고비치와 집시 브라스밴드

▣ 신현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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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브레고비치가 한국을 찾는다. 그가 누구냐고? 유감스럽게도 그를 ‘배경음악’의 숨어 있는 주인으로 언급해야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집시의 시간> <아리조나 드림> <언더그라운드> 등 에미르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일 것이다. 1990년대 운좋게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도 영화지만 음악을 듣고 각별한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브레고비치의 음악에는 ‘발칸반도’라는 지리적 기호가 따라다닌다. 기독교·정교·무슬림이 교차하는 문화적 용광로라는 멋진 평이 수반되기도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정치적 전장의 끝없는 역사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사라예보의 총성’이 멎은 날보다 울린 날이 더 많았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그래서 그의 음악이 다민족적인 것은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그의 음악이 그저 ‘에스닉’한 것만은 아니다. ‘코즈모폴리턴 집시’라는 평에서 듣듯 그는 진정으로 ‘글로벌’한 존재다. 관악대 중심의 집시 민속음악이 주된 성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재즈·록·탱고·모나(morna) 등 전세계의 음악이 그의 손끝에서 재탄생한다. 이기 팝 같은 록스타, 세자리아 에보라 같은 월드뮤직 디바, 세젠 악수 같은 터기 팝의 여왕과 공작이 있는 점이 설명을 대신해줄 것이다. 그는 소란스러움과 서정성, 민속과 첨단 등 극단적인 것들을 조화시킬 줄 아는 아주 드문 예술가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가 ‘록밴드 출신’이라는 정보가 매우 소중하다.

한국 청중이 과연 그의 공연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가 궁금해진다. 이는 월드뮤직을 그저 ‘나른한 무드 배경음악’으로 소비하는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나로서는 정말 이렇게 말하고 싶다. 듣거나 죽거나! Listen or Die! 6월11일 저녁 6시, 서울 LG아트센터,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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