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MBC 사옥. 정용일 기자
기간제 노동자가 회사에서 차별을 당하면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으로 보호받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있어 ‘중규직’이라고 불리는 무기계약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이 차별적 처우를 받았을 때 이들을 보호하는 법률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 기간제법에선 회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기간제 노동자를 2년을 초과해 고용하면 고용형태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2016년 ‘중규직’인 무기계약직이 겪은 차별을 시정하도록 한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차별 시정의 근거를 근로기준법에서 찾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김도현)는 문화방송(MBC) 무기계약직 노동자 97명이 “회사가 일반직(정규직)과 달리 가족수당·주택수당·식대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2016년 6월10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반직에게만 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보수규정과 근로계약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무효”라며 MBC가 직원 강아무개씨 등 97명에게 1년5개월~4년치 수당 1139만~3216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씨 등은 MBC에 계약직 기간제로 입사했다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거나 처음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일반 공개채용 입사한 정규직과 달리 무기계약직은 추천을 통해 실기테스트, 면접 등을 거쳐 채용됐다. 이들에겐 정규직과 달리 부서장 보직이 부여되지 않고 직급 승진도 이뤄지지 않는다. MBC는 정규직 노동자에게 매월 지급한 주택수당 30만원, 가족수당 16만원, 식대 21만원도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겐 지급하지 않았다. 강씨 등은 2014년 3월18일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수당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선 근로기준법 제6조(“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해석이 쟁점이 됐다. 무기계약직을 이 조항의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 있어야 차별 금지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자신의 의사나 능력과 상관없이 일반직처럼 보직을 부여받을 수도 없고 직급 승진도 할 수 없는 구조에서 (무기계약직인) 업무직 또는 연봉직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반직과 업무직·연봉직은 업무 내용과 범위 등에선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일반직 모두에게 정액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적 성격의 수당 지급 대상에서 업무직을 배제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여연심 법전에만 있던 ‘차별금지’가 판결로 살아났다. 무기계약직이란 이유로 차별을 하소연할 수 없었던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판결
김진 죽어 있던 근로기준법 제6조를 오늘에 되살린 일류 심폐소생. 부디 상급심도 귀한 법 좀 살립시다
류민희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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