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혈액 검사비 140만원, 2차 혈액 검사비 140만원, 조혈모세포 이식 보름 전 85만원, 이식 당일 90만원.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앞두고 화순전남대학교병원 무균실에 입원 중인 현준(17·가명)이 이식 전에 각종 검사비(공여자 검사비 포함)로 내는 비급여 항목들이다. 1280만원. 현준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첫 달 병원비 청구액이다. 급성림프구성백혈병으로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인 세진(11·가명)은 조혈모세포 이식에 필요한 수천만원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의 지원금에 의지한다. 두 아이는 각각 수천만원을 감당할 수 있는 가정 형편 혹은 민간단체의 지원에 기대 치료를 이어나가고 있다.
건보공단 재정 흑자분 2.5%만 헐면 실현 가능삼성서울병원 구미현 사회복지사의 설명에 따르면 백혈병 아동의 치료 비용은 아이의 상태, 발병 시기, 성별 등에 따라 수백만~1억원까지 든다. 이런 상황 때문에 병이 재발했을 때, 혹은 이식으로 추가 비용 부담이 늘었을 때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백혈병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감염, 출혈, 빈혈 등 합병증으로 예외 없이 사망에 이른다. 백혈병뿐만 아니다. 산정 특례 지원 코드조차 받지 못한 희귀 질병 환자들은 감당하기 벅찬 병원비로 삶의 질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다.
10월11일 오픈한 시민주도형 입법 플랫폼 ‘국회톡톡’(http://toktok.io·관련 기사 ‘아래로부터 톡톡 튀어오르는 입법’)에서 1호 추진 법안으로 ‘만 15살 이하 어린이 병원비 국가가 보장하라!’가 꼽힌 것은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10월14일 현재 1131명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촉구했다. 2014년 기준 만 15살 어린이의 병원입원비는 5152억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흑자분 20억원의 2.5%를 헐어 쓰면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정치 스타트업 ‘와글’은 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 법안 내용을 담은 전자우편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22명에게 보냈다.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은 2주. 정의당에서 이 법안을 추진 중이던 윤소하 의원이 전자우편 발송 다음날, “병원비를 모두 당사자에게 떠넘기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면 정상적인 나라라 할 수 없다”며 바로 답변을 보내왔다. 다른 의원들은 아직 답변 대기 상태다.
국회의원 답변 홈페이지에 게시마감은 10월25일까지, 답변이 도착하는 순서대로 찬성·반대·무응답 표시를 달아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와글의 기획자 오진아씨는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10월14일 이후에 더 많은 의원들의 반응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오래전부터 사회적으로 논의돼왔으나 법안으로는 상정되지 못한 정책,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제를 우선 꼽았다”고 설명했다. ‘아픈 아이’ 법안은 국가가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 질병에서 누구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모두가 당사자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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