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아이가 아프면 온 가족이 아프다
1부 부모
① 엄마의 어깨
② 재활난민
③ 희망 긷는 법
④ 할머니의 마음
2부 아이
① 꿈 그리고 학교
② 형제자매
③ 아픈 아이의 학습권
3부 병동
① 무균실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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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는 0~15살 어린이의 입원진료비 국가 보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어린이 780만 명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장하는 일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누적 흑자분 20조원 가운데 2.5%인 5152억원이면 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누적 흑자분이 수십조원 쌓인 가운데 국가의 연대를 받지 못하는 아픈 아이의 보호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모금방송, 민간단체의 후원을 기대하며 지원서를 쓴다. 참담한 손은 다음 항목들 앞에서 갈 곳을 잃고 서성댄다. 소득 내역, 지출, 주거 상태(월세/ 전세/ 무료임대/ 자가), 부채(있음/ 없음), 부모의 나이, 성별, 직업, 건강 상태, 정보 공개(TV/ 라디오/ 인터넷/ 인터뷰시 얼굴 공개 여부)….
취재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편집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디자인 장광석
D-3. 세진(11·가명)이는 등을 돌린 채 벽을 보고 잠들었다. 벽에는 달력 모양의 계획표가 붙어 있다. 10월13일 칸에 커다랗게 ‘디데이’라고 쓰여 있다.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는 날이다.
세진이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앓고 있다. 디데이 앞뒤로 강력한 항암치료를 하는 전처치 과정이 일주일간 진행되고 그보다 더 긴 회복·관찰 기간을 3주 동안 가진다. 취재진과 만난 10월10일은 이식 3일 전이었다.
그날 오전 전처치 과정 중 하나인 방사선치료를 처음 받은 세진이는 지쳐 있었다. 방사선치료실 문의 두께는 어른 손으로 한 뼘 정도 된다. 그 두꺼운 문을 지나 한참 안쪽으로 들어가서도 외부에 방사선이 노출되지 않도록 가림막이 있는 곳에서 세진이는 20분 동안 전신에 방사선을 쬔다.
의료진은 “일반적으로 엑스레이 촬영 등에 이용되는 방사선과 종류가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단순 촬영의 2천 배 이상 선량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방사선치료를 마친 세진이가 속이 울렁거려 고개를 못 들었다. 세진이를 만난 첫날, 단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아이는 아주 작게 끙끙 앓는 소리만 냈다.
취재수첩 대신 살균한 A4용지“가지고 들어갈 물건 있나요?” 폐쇄 병동인 무균실 취재 주의 사항을 알려준 오아무개 간호사가 물었다. “수첩 하나랑 펜 하나요.” “수첩은 안 될 것 같고 종이 드릴게요. 펜은 세진이 방에 있는 걸로 쓰시고요.” 말을 마친 간호사가 자리에서 A4용지 여러 장을 꺼내 자외선살균기 안에 넣었다. “15분 뒤 여기서 종이 꺼내 쓰면 돼요.” 조혈모세포 이식을 앞두고 강한 항암제를 투여받는 환자는 이 시기에 가장 면역력이 떨어진다. 감염 위험 때문에 외부 물건 반입과 외부인 접촉이 제한된다.
무균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문을 지나야 한다. 가장 바깥 문 앞에서 신발을 벗는다. 손을 씻은 뒤 꼭 가지고 들어가야 할 물건은 살균제로 닦아 소독기 안에 넣는다. 반지, 시계도 몸에서 모두 걷어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을 열면 강력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샤워실에서 6초 동안 머물러야 한다. 몸에 붙은 먼지 등을 털어내는 과정이다.
그렇게 두 개의 문을 지나고 나면 간호사실과 복도가 나온다. 소독된 덧신, 모자, 마스크를 쓴 다음 스크럽대에 가서 소독제로 꼼꼼하게 손을 씻는다. 소독 시설이 설치된 옷장(클린 로커)에서 방진복을 꺼내 입는다. 그런 다음에야 병실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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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와 병실 사이는 유리문으로 차단됐다. 유리문 안에서 또 하나의 문을 열어야 병실이다. 문 위에는 병실 안과 밖의 기압을 표시하는 기기 등이 부착돼 있다. 이식 병동 전체는 먼지와 세균을 걸러주는 고효율 정화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천장에 설치된 필터를 통해 깨끗한 공기가 병실 안으로 들어오고 고여 있던 공기는 아래로 배출된다.
병실은 청정도 100클래스(class)로 유지된다. 100클래스란 0.3미크론(μ·1mm의 1천 분의 1) 이하의 먼지와 미생물이 1세제곱피트(ft³)당 100개 이하를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병실과 무균실 복도는 100~1000클래스의 청정도를 유지한다. 병실에서 사용하는 베개, 이불, 종이컵, 비닐, 책, 생리대, 면봉, 마스크 등은 가스소독 뒤 사용한다. 전남 화순 전남대병원의 경우 가스소독 물건은 매주 토요일에 소독기에 들어가 월요일에 나온다고 했다. 방진복, 속옷, 수건, 양말 등은 스팀소독 사용이 원칙이다.
잠에서 깬 세진이가 소독된 비닐백에 싼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누른다. 대부분의 병실에 TV가 켜져 있었다. TV가 꺼진 방에서는 환자가 자고 있었다. 무균실에서는 할 일이 달리 없다. 견디고 기다릴 뿐이다.
전처치 기간에는 고용량 항암제가 투여된다. 세진이처럼 재발 가능성이 높을 경우 방사선치료도 동반된다. 새로운 조혈모세포가 자리잡기 위해 암세포와 골수를 파괴하는 과정이다. 약에 따라 구토, 두통, 탈모, 식욕부진, 방광염, 신장·간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약은 시력을 떨어뜨리고 발작을 유발하기도 한다. TV를 보면서 근근이 시간을 보내고 하루 치료를 마치면 세진이와 엄마는 “이렇게 또 하루를 지냈다”고 말한다.
익숙해질 수 없는 아픔세진이는 두 번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고 있다. 첫 진단은 2013년 8월에 받았다. 급성 백혈병의 경우 발견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몇 주에서 몇 개월 내 사망할 정도로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백혈병은 소아암 가운데 발생 빈도가 가장 높아 치료 프로토콜을 갖추고 있다. 완치 확률이 80~90%이다. 여아의 경우 평균 2년2개월, 남아의 경우 고환으로 전이될 가능성 때문에 3년3개월 동안 치료한다.
세진이는 2015년 10월에 치료를 종결하고 지난 1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음식 제한이 많이 풀려 좋아하던 샐러드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세진이와 엄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래, 올여름에는 물놀이를 꼭 가자.” 아이는 치료를 마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물놀이라고 했다. 계획은 한참 뒤로 미뤄졌다. 완치 판정을 받고 한 달여 지났을 때 아이는 어깨뼈가 조금 아프다고 했다. 그저 열심히 잘 놀아서 생긴 단순 통증으로만 생각했다.
병원 외래 진료 때 백혈구 수치가 1마이크로리터(μL)당 3만으로 나왔다. 정상치는 4500~11000/μL이다. “선생님, 이거 잘못 쓰셨어요. 좀 이상해요.” 엄마는 의심의 여지 없이 간호사 실수라고 생각했다. 4주 전 피검사를 했을 때도 아무 문제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골수 검사하는 날이었다. 아이가 검사받는 사이 엄마는 혼자 진료실에 들어가 주치의에게 재발했다는 말을 들었다.
치료 종결 3~6개월 뒤에 재발률이 가장 높은데 세진이는 다시 긴 싸움에 돌입했다. 병원 생활을 하면서 여러 검사에 익숙한 아이였지만 세진이는 이날 유독 힘들어했다. “아이도 병원에서 오래 지내다보면 수치 같은 건 대충 볼 줄 알잖아요. 마음속으로 많이 불안했겠죠. 골수 검사하면서 진정제를 맞았는데도 엄청 흥분하고 많이 울었어요.”
직업상담사로 일하던 엄마는 세진이 투병과 함께 직장을 그만뒀다. 소아암 중 가장 흔한 백혈병은 그나마 다른 희귀·난치성 질환보다 비교적 국가 지원이 많은 편이다. 산정특례제도에 따라 본인부담금의 5%만 부담하고, 저소득층 환자는 추가로 지역 보건소를 통해 연간 3천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한 아동에게 1년에 3천만원까지, 3년 연속 지원이 가능한 저소득층 암환자 지원 제도는 환자가 우선 병원비를 부담하면 환급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우선 부담이 불가능한 경우 지급보증 방식으로 보건소와 병원을 바로 연결해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투병해야 하는 환자들은 민간 후원단체의 도움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세진이의 경우 백혈병 진단 뒤 지역 보건소에서 3천만원을 지원받아 병원비를 처리했다. 하지만 이식 전 비급여 항목인 항암제 등의 비용이 많이 들어 1년치 지원금을 10월 전에 소진했다. 다음해가 되기 전까지는 국가 지원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가 급한 환자에게 ‘이듬해 연속 지원’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삼성서울병원 구미현 사회복지사는 “이 경우 모금단체 등 민간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건소의 지급보증 방식도 지역 보건소의 예산에 따라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비 우선 부담이 불가능한 백혈병 환자가 보건소에 비용을 청구해도 그해 예산이 모두 소진된 다음이면 다시 예산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에도 민간 후원단체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고요하고 격렬한 무균실의 아침무균실의 일과는 규칙적이다. 오전·오후 병실 소독, 식사, 치료 과정 등이 비슷한 패턴으로 돌아가는데 바쁜 것 없어 보여도 제때 끼니 챙길 겨를 없이 시간이 흐른다. 세진이가 방사선치료를 받는 사흘간은 병실에서 항암제만 맞는 날보다 더 바빴다. 세진이는 아침 8시30분, 저녁 6시30분 두 차례 전신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아이는 20분 동안 앉아 거의 움직임 없이 커다란 기계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맞아야 한다.
처음 방사선치료를 받았을 때 세진이는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아이를 달래며 왜 울었냐고 묻자, 세진이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어서” 울었다고 했다. 세 번째 방사선치료를 받기 전에도 울었다. 먼저 두 차례 치료를 겪고 나니 이번에는 치료 후유증과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막막하고 두려웠다. 방사선실에 들어간 아이에게 시간은 두 배 천천히 흘렀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것 같아?” 간호사가 물으니 세진이가 “40분쯤이오”라고 대답했다.
방사선치료 뒤에는 어지럼증, 구토, 설사가 뒤따를 수 있다. 세진이가 첫날 기자를 만나기 꺼린 이유는 방사선치료 부작용 때문이었다. “친한 간호사 언니가 들어오면 속이 메스꺼워도 참았는데 처음 만난 사람이 병실에 계속 있으면 어떡하란 말이야.” 한 차례 구토를 한 세진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병실 밖에서 지켜보는 것은 괜찮다고 해서 커다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한나절을 보냈다. 엄마는 침대 옆에 서서 아이 손을 꼭 잡고 부둥켜안은 채 등을 다독였다. 세진이 병실 옆 또 하나 창문 너머로 보이는 현준(17·가명)네는 엄마와 아이가 마주 앉아 기도하고 있었다.
무균실의 아침은 고요하고 격렬하다. 아이들이 깜박 잠든 사이 보호자들은 앉을 새 없이 병실 청소를 시작했다. 적막한 가운데 보호자가 물건 닦는 소리만 문틈으로 이따금 새어나왔다. 무균실 청소는 하루 두 차례 한다. 무균실 밖으로 출입이 제한된 환자를 위해 무균실에는 변기, 샤워시설까지 있다.
청소 시간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닦는다. 각 병실 앞에는 큰 통에 담긴 1:100 비율의 락스 희석액이 놓여 있다. 먼지 나지 않게 특수 제작된 일회용 수건에 소독액을 묻혀 벽, 환자 침대, 수액펌프, 텔레비전, 가구, 손잡이, 창틀, 화장실, 샤워부스, 바닥을 닦는다. 2~3평 남짓한 방 전체를 닦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방진복에 마스크, 모자까지 쓰니 세진이 엄마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무균실을 오가는 보호자들이 계절과 상관없이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있는 것이 그제야 이해됐다.
엄마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청소를 마치고 샤워하러 간 세진이 엄마가 머리카락이 젖은 채로 전화기를 손에 꼭 쥐고 급하게 올라왔다. 세진이가 배 아프다고 했다며 간호사가 메시지를 남겼다. 이식을 앞두고 실패하는 환자들도 있다. 강한 항암치료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다. 면역이 최하로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예후가 안 좋다. 장기 쪽에서 항암제 거부반응이 와도 이식하지 못한다.
황급히 병실로 달려간 엄마가 한숨을 내쉬며 나왔다. “방사선치료 뒤 이럴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제는 괜찮대요.” 병원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가슴이 철렁했지만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말들이 있다. “‘보호자 잠깐만 와보실래요?’ 이 말이 얼마나 두려운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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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0일 오후 4시30분. 엄마는 병원 지하 식당에서 그날 첫 끼니를 먹었다. 암병동에 있을 때는 보호자들이 스스로 ‘잔반처리반’이라고 불렀다. 입맛 없는 아이들은 대체로 병원 밥을 남겼다. 엄마들은 그때 식사를 나눠 먹으며 끼니를 때웠다. 무균실에서는 환자와 함께 있을 때 마스크를 벗을 수 없으니 이마저도 못한다. 아이가 남긴 밥은 고스란히 버린다. 밥을 먹기 전후 식판을 저울에 올려 식사량을 기록한다. 10월11일 아이가 먹은 점심은 20g 정도였다.
무균실에 있는 아이들은 닮았다. 머리를 밀고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려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얼굴이 하얗고 둥글다. 눈썹도 듬성듬성하다. 항암제와 스테로이드제 탓이다.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함께 복용하는 스테로이드제 때문에 몸이 붓는다. 특히 얼굴과 복부가 많이 붓는 편이다. “암병동에 있을 때는 아이들이 많으니 보호자 얼굴 보고 아이 얼굴을 구분해요. 그래도 엄마·아빠는 자기 아이를 한눈에 잘 찾아요.” 세진이 엄마가 말했다.
건너편 병실에 세진이보다 체격이 조금 더 큰 ‘빡빡머리’ 친구가 있었다. 상철(13·가명)이다. 중학교 1학년 상철이는 아픈 와중에도 많이 말하고, 많이 웃는 아이다. 조혈모세포 이식 뒤에는 혈액형이 바뀐다. 세진이의 경우 B형에서 앞으로 적혈구 수혈받을 때는 O형, 혈소판 수혈받을 때는 AB형이다. 상철이는 이런 설명을 듣고 “그럼 나는 C형 할게요”라고 말하는 아이다.
상철이는 세진이보다 하루 일찍 조혈모세포 이식을 앞두고 있었다. 10월11일 저녁, 방사선실 앞에서 세진이 치료가 끝나길 기다리는 엄마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상철이 엄마였다. 티셔츠 사진을 잔뜩 보냈다. “상철이 내일 이식하는 기념으로 새 옷 사줄 거라네요. 세진이도 같이 입자고 골라보래요.”
병원에서 부대끼다보면 동지애 같은 것이 생긴다. 취재 당시 무균실에는 총 5명의 아동 환자가 있었다. 다들 하루이틀 차이로 이식을 했거나 앞두고 있었다. 보호자들은 ‘우리 아이들’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우리 아이들 중 먼저 하는 아이가 잘해야 해요. 그래야 다음 친구들한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남 잘되는 꼴 못 본다고 하잖아요.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그냥 이 상황을 같이 겪는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동고동락한 아이들 가운데 가끔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첫 번째 치료 뒤 외래 진료를 다닐 때 세진이가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친구들이 있었다. “엄마, 그 애는 왜 병원에 안 와? 지금 잘하고 있을까?” 엄마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우리랑 시간이 잘 안 맞나봐. 아님 이제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든지.”
엄마는 세진이에게 ‘우리 다음에 뭐 하자’는 말을 거의 안 한다. “아픈 아이의 부모는 미래를 안 내다봐요. 그냥 하루하루 아이와 행복하게 지내려 해요. 몇 년 뒤 우리 어떨까, 이런 생각은 안 해요. 대신 주어진 이 시간에 아이와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아요. 나중을 예측할 수 없으니까.”
엄마와 다시 살 맞대고 비비는 날“뽀뽀하고 싶어.” 세진이가 치료를 마치고 물놀이 다음으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엄마와 살을 맞대고 비비는 일이다. 무균실에서 내내 마스크를 하는 엄마와 안고 얼굴을 비벼도 체온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게 내내 불만이었다. 10월13일 세진이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다. 제대혈의 경우 생착 실패율이 15% 정도 되지만 세진이는 당일 검사한 세포 수가 충분했기 때문에 실패 확률을 5% 미만으로 예측한다고 의료진이 설명했다.
이날 세진이는 엄마와 따뜻한 체온을 다시 나누기까지 긴 터널 하나를 지나왔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후원 계좌: 농협중앙회 10573964784416 (예금주 어린이재단)
후원 문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1588-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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