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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하면 회피, 묘하게 닮은 윤석열과 국민의힘

윤, 노출시 불리한 관계 멀게 보이도록 거짓말… 국힘, 사과 않고 이재명 대통령·민주당 공격
등록 2026-07-31 13:57 수정 2026-08-0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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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때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2026년 7월2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재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후보 때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2026년 7월2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재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표 차이는 고작 24만7077표였다. 0.73%포인트 차이로 역대 대선 최소 격차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4개월이 지난 뒤 1심 법원이 해당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가 유권자에게 거짓말했다며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했다.

 

법원, 말실수 아닌 의도한 거짓말 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순표)는 2026년 7월27일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선거법에 따라 대선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15% 이상 득표율을 얻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는데, 이번에 선고된 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 이후 보전받은 선거비용 394억원과 기탁금 3억원 등 총 397억원가량을 선관위에 반환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은 2027년 1월 나올 전망이다. 판사가 선고하는 순간 털썩 앉아버렸던 윤석열은 선고 당일 즉각 항소했다.

법원은 두 가지가 거짓이라 판단했다. 첫째는 윤석열이 제20대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열린 2021년 12월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2012년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대검 중수부 출신) 이아무개 변호사를 소개해준 적이 없다”고 말한 사실이다. 윤 전 세무서장은 윤석열이 검사였을 때 측근이던 윤대진 전 검사장의 친형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윤석열이 2012년 기자에게 윤 전 세무서장에게 이 변호사를 소개한 경위를 스스로 설명했고, 변호사가 윤 전 서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윤석열의 이름까지 등장했으며, 윤석열과 윤 전 서장 쪽의 친분, 연락 내역, 당시 통화 내용 등을 종합해 윤석열의 “소개해준 적이 없다”는 발언을 허위로 판단했다.

둘째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와의 관계다. 윤석열은 대선 당시 “저는 무속인을 만난 적 없다” “(김건희씨와 함께 만났는지에 대해) 그건 아니고요”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쪽은 이 발언을 두고 ‘선거캠프에서 당 관계자로부터 전씨를 소개받았을 때 김씨와 동석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반 선거인에게는 해당 발언이 ‘전씨를 만난 적 없다’는 인상을 심어줬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윤석열이 검사이던 2013년 무렵부터 김건희씨를 매개로 전씨를 알았고 계속 관계를 이어갔다고 보고 검찰 내 징계와 인사, 정치적 선택 등 윤석열이 중요한 국면에서 전씨의 조언을 받은 정황을 종합하면 윤석열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두 사건에서 윤석열은 선거 과정에서 노출되면 불리한 사람을 실제 관계보다 멀게 보이도록 의도적 발언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우진 사건은 현직 검사였던 윤석열이 가장 친한 검사의 친형 수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고, 건진법사 건은 대통령 후보가 정치적 판단 등을 점술에 의존한다는 논란이었다. 이에 대해 윤석열은 “잘 모른다” “위치에 있지 않았다” “소개하지 않았다” “당에서 알았을 뿐이다” 등의 말로 의혹 자체를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법원은 윤석열의 이 의도성이 말실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거짓말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두 발언이 대통령 후보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사실에 관한 것이어서 대선 투표 과정에서 유권자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그르칠 수 있었다고 봤다.

 

‘차떼기’ 땐 천막당사라도 꾸렸는데

 

이번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는 윤석열 개인의 선거법 사건에 머무는 게 아니라 거짓말한 후보를 선거에 내세운 정당에 대한 책임까지 묻는 역사적 판결이 된다. 대선 후보자가 선거 범죄로 당선무효형을 확정 선고 받으면 선거비용 반환 책임은 후보 개인이 아니라 정당이 진다.

국민의힘이 가진 현금·예금성 자산은 2026년 2월 기준 약 116억원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 판결이 확정 선고를 받게 되면, 국민의힘은 397억원을 반환하기 위해 당사 매각 등 부동산 자산을 처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차떼기’ 사건으로 823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당사를 팔고 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여의도 천막당사’를 꾸렸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직 한나라당 당직자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심 판결이 선고되자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꺼내 역공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1심 선고 이후 ‘법 앞에 예외는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재판도 신속히 재개해 결론 내야 합니다’라는 논평을 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엄중히 지켜보겠다”고 말한 뒤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도 재판을 재개해 결론을 내려야 하고, 형이 확정되면 더불어민주당이 보전받은 대선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검찰 출신 외부 인사를 검사직을 사퇴한 지 8개월 만에 대선 후보로 내세운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1년 당시 국민의힘 전현직 국회의원 수십 명은 윤석열을 추켜세우고, 입당을 기획하고, 스스로 측근을 자임하고, 당의 대선 후보로 세워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윤석열의 거짓말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를 검증하고 공천해 대통령으로 만든 정당의 실패라는 지적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온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1심 선고 다음날인 7월28일 채널에이(A) 정치 프로그램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국민이 윤 전 대통령을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정당이 국민께 제대로 준비된 선택지를 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목소리는 내부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이 선거 과정에서 노출되면 불리한 사람을 실제 관계보다 멀게 보이도록 상황을 회피하는 거짓말을 한 것과 국민의힘의 상황 회피 반응이 묘하게 닮은 셈이다.

 

‘국힘 뽀개버리겠다’던 말, 현재진행형?

 

5년 전 윤석열은 국민의힘 입당을 앞두고 당이 말을 듣지 않으면 “당을 완전히 뽀개버리겠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됐고,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시민에 의해 파면됐다. 이후 윤석열이 대선 과정에서 한 거짓말까지 법적 심판을 받으면서 국민의힘은 수백억원대 선거비용을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 및 지방선거에서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을 ‘뽀개버리겠다’던 윤석열의 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지도 모른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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