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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일 끝나면 집안일


여성 8782명 가운데 91%가 거의 매번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담당해
등록 2009-10-14 11:10 수정 2020-05-03 04:25
노동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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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일하는 건 똑같아.”

A갈빗집 ‘팀장 언니’가 말했다. 그의 거친 손은 식당일이 절반, 집안일이 절반의 책임이다. 10년 전, 남편이 공장을 운영할 때는 공장 식구들 밥을 전부 해먹였다. 20년간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웠다. 아침을 먹이고, 도시락을 싸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했다. 지금도 밤 10시에 퇴근해 집에 가면 밥을 차려 가족과 먹는다. 아침에도 빨래를 해 널어놓고 출근한다. 억척스럽다.

12시간 식당일, 3시간 가사노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내놓은 ‘2008 여성가족패널조사’는 ‘억척’을 증명한다. 기혼 취업 여성의 경우 평일에는 184분, 토요일에는 203분, 일요일에는 213분 가사노동을 한다. 퇴근한 뒤 하루 3시간 이상 가사노동을 하는 셈이다. 평균만도 이렇다. 12시간 식당일을 마치고 3시간 가사노동을 하면 하루 9시간이 남는다. 출퇴근 준비 시간을 빼면 잠잘 시간도 빠듯하다.

한 달간의 식당일을 시작하면서 남편에게 되도록이면 집안일을 그대로 두라 했다. 자녀를 키우는 ‘식당 아줌마’들에게 주어진 집안일이 내 것보다 더 많을 테다. 조금이라도 더 비슷한 환경을 만들려 했다. 아침을 해먹고 설거지를 하고, 저녁에 집에 와 빨래와 청소를 할 요량이었다. 의욕은 좋았다. 하루이틀 집안일이 쌓여갔다. 집에 가면 짜증이 났다. 싸움이 잦아졌다.

식당 아줌마들은 식당일을 하며 집안일을 걱정한다. “집에 김치가 떨어진 지 한 달짼데….” B감자탕집 ‘주방 언니’가 깍두기를 담그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감자탕집에서 주방 언니는 3일에 한 번씩 김치를 담가야 한다.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번갈아 담근다. 3일에 한 번씩 김치를 담그는 언니가 김치가 없어 걱정이란다. 3개월째 못 쉬다 보니 집에서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할 시간이 없다. 가족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손님이 뜸한 시간에는 가게 바로 옆 마트에 뛰어가 감자 몇 개를 사온다. 감자를 볶아놨다가 하굣길에 식당에 들른 중학생 아들 손에 쥐어준다. 저녁 반찬이자 다음날 도시락 반찬이다.

하루하루 억척스럽게 산다. 식당일을 마치면 다시 앞치마를 입고 가족이 먹을 것을 준비한다. “부지런히 사는 방법밖에 없다”고 ‘식당 아줌마’들은 말한다. 사진 연합 유형재

하루하루 억척스럽게 산다. 식당일을 마치면 다시 앞치마를 입고 가족이 먹을 것을 준비한다. “부지런히 사는 방법밖에 없다”고 ‘식당 아줌마’들은 말한다. 사진 연합 유형재

A갈빗집 팀장 언니처럼 B감자탕집 주방 언니도 퇴근 뒤 늦은 저녁을 먹는다. 밤 9시가 되도록 가족은 엄마를, 아내를 기다린다. 주방 언니에겐 가족이 함께 식사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고스란히 일이다. “어제는 집에 가서 바지락 칼국수를 해먹었어. 애들이 잘 먹더라고.” 내가 집에 돌아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동안 주방 언니는 칼국수를 만들었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며 몸을 움직이다 보면 밤 12시가 금방이란다. 아침에 아이들 등교를 도우려면 새벽같이 일어나야 한다. 하루만 푹 자는 게 소원이다.

하루만 푹 자는 게 소원

비정규직 중년 여성에게 가사노동은 또 하나의 굴레다. 위 조사에서 여성 8782명 가운데 91%가 거의 매번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자신이 담당한다고 응답했다. 아내가, 엄마가 없으면 가족은 밥 먹기도 힘이 든다. ‘가족의 행복’과 ‘먹고살 돈’을 위해 아줌마는 달린다. 집이든 식당이든 멈출 수 없다. 억척스러운 건 아줌마가 아니라 세상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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