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OTL
지난 2005년 현재 맞벌이 가구는 전국적으로 363만3천 가구이고, 남편 혼자 버는 가구는 477만6천 가구다. 아내 혼자 버는 가구는 40만8천 가구다. 그런데 맞벌이 가구만 볼 때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일수록 맞벌이를 더 많이 할까, 아니면 저학력 저소득층 여성일수록 맞벌이에 더 많이 뛰어들고 있을까? 맞벌이 가구의 직종별 취업 구성을 살펴보면 몇 가지 짐작을 해볼 수 있다.
자아성취보다는 임금소득을 위해서통계청 조사를 훑어보면, 맞벌이 가구 안에서 아내가 주로 종사하는 직종은 농림어업·사무직·판매직·서비스직이다. 홑벌이 부인 가구의 주요 취업 직종 역시 서비스·판매·단순노무 직종이 대부분이다. 반면, 홑벌이 남편 가구의 남편은 사무, 기계조작·조립, 기능원 및 관련종사자, 기술공 및 준전문가가 많다. 특히 전체 홑벌이 남편 가구 가운데 남편의 직업이 ‘의회 및 전문·관리직 종사자’(의회의원, 고위임원 및 관리자, 전문가, 기술공 및 준전문가 포함)인, 즉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직종은 27.6%에 이른다. 전체 맞벌이 가구에서 남편의 직종이 이 부류에 속하는 비중은 19.0%였다.
성차별적인 저임금 비정규직은 ‘기혼여성’에게 집중된다. 한 대형 할인점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 사진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종합해보면, 남편이 판매, 기계조작·조립, 단순노무 등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직종에 종사할 경우 더 많은 아내가 맞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많은 기혼여성들이 자아성취 같은 덕목보다는 오직 임금소득을 올리기 위해 맞벌이를 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그런데 기혼 취업여성의 임금수준은 놀라울 만큼 낮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9년 3월)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남자 비정규직은 402만 명(43.2%), 여자 비정규직은 439만 명(64.9%)이다. 정규직 임금이 100일 때 비정규직 임금은 49.7이고, 남자 정규직 임금이 100일 때 여자 비정규직 임금은 39.1에 불과하다. 이처럼 여성 비정규직의 가슴에는 ‘여성노동의 빈곤화’가 주홍글씨처럼 새겨져 있다.
특히 김유선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 측면에서 미혼자는 남녀 간 차이가 거의 없지만, 기혼자는 큰 격차를 보인다. 즉, 기혼남자는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39.1%인 반면, 기혼여자는 그 비율이 69.3%나 된다. 노동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기혼여성 3명 중 2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성차별적인 저임금 비정규직이 ‘기혼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는 표면상 성차별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이윤을 남겨줄 수만 있다면 자본은 근본적으로 여성과 남성을 가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거대한 저수지를 형성하고 있는 저임금 기혼여성 노동은 신자유주의 경제의 거짓말과 그 성차별적 성격을 여실히 폭로하고 있다.
식당일 등 ‘장기 임시근로’에 대거 포진여기서 한발 더 들어가보자. 김유선 소장의 분석에서는 전체 기혼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을 69.3%로 집계했다. 그러나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이 비율은 44.1%(203만 명)다. 왜 이런 차이가 빚어지는 걸까? 이유는 기혼여성 노동자가 대거 취업하고 있는 ‘장기 임시근로’라는 고용형태 때문이다. 장기 임시근로란 근로계약 없이 1년 이상 일하는 경우로,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09년 3월 현재 기혼여성 임금노동자 중 42.5%(200만 명)가 장기 임시근로에 해당한다. 지난 3월 현재 이들은 월평균 임금 125만원, 시간당 임금 5803원, 주당 노동시간 50.8시간으로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
그런데 통계청은 이 기혼여성 비정규직들을 정규직 범주에 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기혼여성 보호 정책이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한쪽에는 주로 기혼여성을 착취해 이윤을 얻는 신자유주의 자본이 있고, 다른 쪽에서는 정부가 이를 묵인하거나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는 격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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