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7월부터 비정규직보호법이 100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이 법에 따르면 비정규직 고용이 2년에 달하면 기업에는 정규직 전환 의무가 부여된다. 지난해 이랜드그룹에서 벌어졌던 것처럼, 각 기업에서 2년 고용 직전에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하고 이에 따라 분쟁이 발생하는 사태가 재연할 수 있다. 같은 회사와 공장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종류의 일을 동일한 시간 동안 함에도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을 받고 연금과 의료 혜택에서 차별받으며 2년마다 해고의 위험에 놓이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부 추계 560만 명, 노동계 추계 860만 명을 넘어섰다. 이제 노동자는 두 개의 세계로 쪼개져 있다.
이와 별도로 법 적용 대상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파견, 용역, 도급, 사내하청 등의 ‘간접고용’ 또는 ‘외주화’를 선택함으로써 애초에 법 적용을 회피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원청기업이 사실상의 고용주지만 외주업체 소속인 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외면한다. 슬프게도 상당수의 정규직 노조는 외주화에 쉽게 동의해주고 있다.
한국 정부가 가입한 ‘세계인권선언’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는 동등한 가치의 노동에 대한 동등한 임금”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2001년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한국 정부가 이행할 것을 강력 권고한 바 있다. 이 권고를 어떠한 방식으로 제도화할 것인가는 정부, 기업, 노동계, 진보운동 진영 모두의 과제다. “전면적 정규직 전환”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일자리를 늘리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지키는 고용전략 창출과 법제 개편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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