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디네이터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먼저 ‘옷을 코디해주는 사람’을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코디를 잘했느니 못했느니 하는 말들도 이제 일상에서 쉽게 듣는다. 어른들은 물론, 오늘 아침 버스 안에서도 중고생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세계 패션의 중심이라는 나라와 도시들에서 오랫동안 거주했고 대학에서 ‘패션철학’을 강의하기도 했던 필자에게도 이상하리만치, 우리나라 사람들의 코디에 대한 관심은 높은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코디를 잘해서 입고 다니는지는 둘째 문제지만.
대통령이여 코디네이터가 되시라
코디에 신경쓰는 데에는 정치인들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정치인들처럼 옷을 못 입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내 개인적 의견이지만 코디에는 무척 신경쓰는 데 실제 코디에는 낙제점들이다. 코디 전담 ‘비서’들이 실력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본인들의 기본 예술감각과 자기 스타일이 결여되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이 점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고질’ 가운데 하나다. 걱정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이런 걱정은 ‘코디네이터’란 말의 다른 개념을 생각하면 더욱 커지고 더욱 심각한 현실적 문제로 떠오른다. 앞으로의 시대는 더이상 ‘리더의 시대’가 아니고 ‘코디네이터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코디네이터의 필요성이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서 점점 더 구체적으로 부각하겠지만, 정치와 행정에서는 더욱 중요하며 이미 그 필요성을 긴박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다만 그에 대한 의식이 낮고 개념화가 뒤떨어졌을 뿐이다.
사람들이 흔히 지나치고 있지만, 벌써 여러 해전부터 기업경영에서는 업무 코디네이션의 실용화를 시도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 구체적 예가 팀제 운영이다. 팀제 운영 자체가 코디네이팅을 본질로 한다는 뜻이다. 팀장은 상명하달의 상관이거나 이끌고가는 리더가 아니고, 업무를 조정하면서 팀원들이 능력 발현을 최대화하도록 하는 코디네이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당수 기업체에서 팀제 운영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이전의 조직과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것은, 이름만 팀이고 실제는 팀장이 리더나 상관으로 행세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월 개각에서 강조한 것도 내각을 경제, 인적자원, 외교안보, 사회팀 등 4개 팀으로 나누어 팀제 운영을 한다는 것이었다. 두 부총리, 통일부 장관, 행자부 장관을 각 팀의 팀장, 즉- 이런 표현은 직접 쓰지 않았지만- 코디네이터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은 대통령 자신이 직접 각 팀 회의의 지휘봉을 잡겠다고 했는데,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겠다”고 표현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항시적으로 네개 팀의 코디네이터가 되는 것이다. 내 나름대로의 해석일지 모르지만 그런 인식이 함께 했으리라 믿는다. 나는 솔직히 김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리더가 아니라, 코디네이터로서의 전범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흔히 말하듯 리더로서의 레임덕이란 문제를 염두에 둘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도 후배 정치인들에게 정부 수반으로서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재시해주는 호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디네이팅이 잘된 정책은 “멋있다”는 것을 상기해주기 바란다. 즉 정책의 효과를 호의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다.
문명적 변동과 문화트렌드를 읽자
이제 미래적 관점에서 문제는 우후죽순같이 나선 자칭타칭 차기 대권주자들의 의식수준이다. 모두들 무턱대고 ‘리더십’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리더십’에서부터, ‘대국민 리더십’ ‘민주적 리더십’ ‘포용적 리더십’ 등 지면관계상 다 열거하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아무리 미사여구로 리더라는 말을 치장하더라도 그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것을 스스로 표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옷 코디 못하는 것과 코디네이터십에 대한 인식 결여는 상통하는가보다). 언급했듯이 전반적 문화트렌드는 이미 리더의 시대에서 코디네이터의 시대로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급한 과제는 고리타분하게 리더십의 재정비가 아니라 이제야말로 코디네이터십이 무엇이고 코디네이터의 자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현실에 적용되는지를 연구하고 연습하며 실행하는 것이다. 그것은 심도있는 동시에 넓은 영역에 관련되는 과업일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또다른 고질은 문명적 변동과 문화트렌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디네이트’의 뜻을 잘 새기면 그것이 수평적 사회 문화와 연관된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또한 오늘날 새로운 세대들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 물론 젊은이들은 개념화와 이론화에는 미숙할 수 있다. 하지만 문명 문화 변동을 자연스레 몸소 경험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도 다수를 형성하는 유권자다.
김용석/ 전 로마그레고리안대 교수·철학 uchronia@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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