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2005년 인터넷 세상에도 수많은 별들이 떴다가 사라졌다. 2005년 인터넷 스타들을 유형별로 정리해보면 크게 ‘○사마형’과 ‘○녀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누리꾼들은 화제의 사건 때마다 주인공들을 그렇게 불렀다.
지난 2월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40대 여인과 호텔방에 머물렀는데 이게 소동이 됐다. 당시 정 의원은 “호텔에서 묵주를 전달받기 위해 만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누리꾼들은 “왜 하필 호텔방에서 묵주를 받느냐”며 ‘묵사마’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정 의원의 호텔방 소동을 다룬 포털의 해당 기사에는 순간적으로 20만여 건의 댓글이 달려 누리꾼들 사이에 ‘성지순례’의 대상이 되었다.
지난 7월 한밤중 만취해 택시기사와 호텔 직원 등을 폭행한 <조선일보> 홍아무개 기자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낭(심)사마’로 불렸다. 홍 기자가 택시기사의 낭심을 걷어찬 것이 별명의 계기가 됐고, 누리꾼들은 “낭사마 회심의 앞차기로 조선일보를 물먹였다”고 조롱했다. 교통사고 뺑소니 혐의를 부인했다가 누리꾼들의 잇따른 제보로 덜미가 잡힌 가수 김상혁은 ‘뺑사마’로 불렸고, 서울대 도서관에서 ‘조용히 하라’고 했다는 이유로 동료 학생을 폭행한 ‘철사마’도 그 대열에 가세했다.
‘○녀’ 열풍은 2003년 ‘딸녀’가 원조다. ‘딸녀’는 딸기밭에서 두 손에 딸기를 들고 에로영화에나 나올 법한 야릇한 표정을 지어 인기를 끌었다. 딸녀의 인기를 이어받아 지난 4월에는 온몸을 부르르 떠는 춤으로 유명해진 ‘떨녀’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떨녀는 나중에 경희대 무용학과에 재학 중인 이보람(23)씨로 밝혀졌으나 ‘떨녀 아줌마’ 등 아류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05년 최고의 화제는 ‘개똥녀’다.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얼굴이 공개되는 등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었다. ‘개똥녀 현상’은 사이버 폭력,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 등 건전하지 못한 인터넷 세상의 단면을 수식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이 밖에도 인천의 한 여고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일곱 마녀’에 대한 맹렬한 사이버 공격도 사회문제가 되었다. 디카와 폰카, 그리고 메시지를 무한 복제할 수 있는 인터넷.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사회’에서 누구나 ‘○사마’ ‘○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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