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경선 칼럼니스트·Http://www.catwoman.pe.kr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과 헤어지기로 했다. 이유는 중요치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이별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뿐이었다. 마음으로 다짐을 수도 없이 했건만 실제 이별은 순탄치가 못했다. 머리로는 받아들였지만 몸이 납득을 못했다. 헤어지자고 했으면서도 그 뒤 몇 번을 만났다. 오늘 저녁식사를 끝으로 저 문을 열고 나가면 각자의 삶을 살아야지, 했음에도 밖의 날씨가 너무 추워 정신을 못 차린 건지, 함께 택시를 타버렸다. 왜 무엇 때문에 헤어져야 하는지 잠시 기억상실증.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 이젠 진짜 관두자고 해놓고서 만나고 또 만나고.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두 사람의 감정을 더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을 수도, 더 격정적인 연애를 하기 위해 이별을 이용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태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하루는 이게 마지막의 마지막이구나, 싶었던 날 급기야는 대판 싸우고 말았다.

감정이 남아 있음에도 헤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노여움 탓에 상대에 대한 증오심이 마음에 점차 자리잡아 갔지만 표면적으로는 아름답게 이별할 궁리만 했던 것이 무리수였다.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며 저 끝이 아슬아슬해졌을 때 결국 폭발했다. 서로에게 소리소리 지르며 비난을 퍼부어댔다. 혼자 집으로 돌아올 땐 ‘광년이’처럼 흐느끼며 혼잣말로 상대를 욕하고 저주했다. 그것은 내가 그를 사랑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이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 3월에 휘날리는 눈보라를 멍하니 바라보며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없다고 대답할 것 같다. 세상의 그 어떤 이별도 가슴 아프고 먹먹하기만 했다. 아무리 미화한들 그건 아름다운 게 아니라 고통스럽고 비참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이별할 수 없었다는 뜻이었다. 극한까지 상대와 나를 괴롭히지 않으면 차마 헤어지지 못할 정도로 그 관계를 아끼고 사랑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도 ‘사랑하니까 헤어져’ 같은 헛소리를 믿지 않는다. 정말이지, 이별할 때 ‘잘’ 끝내는 것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서툴고 우매하게? 생긴 대로, 있는 그대로 해도 뭐 어쩔 거냐고.
그렇다고 아름다운 이별이 정녕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은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 과거로서 이별의 기억을 되새겼을 때의 감상이 아닐까? 축복인지 주책인지 세월은 노스탤지어와 나르시시즘의 도움을 받아 많은 것들을 아름답고 선명하게 채색해준다. 그러니까 지금 무리하게 이별을 미화하지 않아도 적정 세월이 지나면 대부분의 이별은 저절로 아름다워질 것이니 돈 워리, 비 해피.
편의상 연인관계에 빗대서 이별을 말했지만 사람이 아닌 사물과의 이별도 최소한 내겐 매한가지다. 과의 이별에도 어김없이 징조와 혼란, 그리고 격한 감정이 동반했다(담당기자를 좀 괴롭혀댔다). 물론 그것은 그만큼 사랑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이 나이에, 이별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참 바보처럼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이 연재가 끝나면 좀 ‘드라이’하게 살아볼까 한다.
*‘임경선의 인간해부’는 이번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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