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경선 칼럼니스트·Http://www.catwoman.pe.kr
열병 같은 사춘기를 지나, 끝이 안 보일 것 같던 불안한 20대의 터널을 지나, 용케 30대에 다다랐다. 이젠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지며 가정을 이루고, 복잡한 이름의 보험도 들고, 연말정산을 위한 영수증도 꼬박 챙기며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연애를 한다.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듯이 필사적으로.
30대는 그들에게 가장 연애하기 좋은 계절이다. “이 나이 돼서 누군가를 좋아하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돼. 나는 나다울 수 있고, 너는 너로 남을 수 있는 거지.” 또 다른 이는 회귀본능이 아닌 오로지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연애를 한다. “아버지가 늙어가는 걸 보면서 두려워지기 시작했어.” 죽음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타인의 체온이 그리워진다.
다른 30대는 그 나이만이 구가할 수 있는 여유를 자랑한다. “요리할 때는 프라이팬을 천천히 잘 달궈놓고 점점 길들인 후, 제대로 달궈졌다 싶을 때 기름을 쫙 둘러 요리를 해야 제맛이 나고 ‘들러붙지도 않아’. 남자도 마찬가지야.” 반대로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기도 한다. “이게 어쩌면 내 마지막 사랑일지도 몰라.” 그 ‘마지막’ 소리 벌써 세 번째 들었다.
흔히들 그저 ‘다른’ 사람과 섹스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사소함일 뿐이다. 성적 호기심만을 가지고 있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굳이 이 나이에 번거롭게 연애를 안 한다. 그들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망상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연애한다. 상대의 성적 망상을 받아주기 이전에, 연애하는 그들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상대의 사회적 망상을 이해하고 상대의 개인적 망상을 보듬어주는 것이다. 집에 있는 그 사람과는 차마 안 하는 이야기(그것이 진실이든 허구이든)를 집 밖의 이 사람과 함으로써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이것도 일종의 망상).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속세적인 조건이나 배경을 문제 삼지 않는 절대 순수의 황홀한 소통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취하고 싶은 것만 도려내며 탐하는 이기심을 드러낸다. 혹자는 ‘일반 연애’ 못지않은 유치함과 비열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관계가 결과적으로 쿨하든 탁하든 이렇게 늘 감정에 흔들리면서 살아야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체질이 있는 반면, 감정(혹은 망상)은 현실을 살아나가는 데에 짐일 뿐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30대의 불온한 로망은 그렇게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다가가질 않는다. 양극화 현상은 이런 곳에조차 존재하니, 누리는 사람들은 늘 그렇게 누려왔고,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은 또 그렇게 담담히 저마다의 삶을 오늘도 살아간다.
개인적으로는 사주에 ‘불 화’ 자가 과잉 포진되어 있다 하여 늘 불어오는 바람을 피해 마음조심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가 품은 알량한 망상이라는 게, 나이 마흔 넘어도 ‘참 연애해보고 싶은 여자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라면, 이런 나도 역시 이상한가요? 똑똑한 우리들이 냉정함을 잃지 않되 끝까지 로맨티스트로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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