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동물처럼 점토항아리처럼이 소설은 1827년 출판된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작품으로 1628년부터 1630년까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의 한 약혼 커플이 겪는 시련이 줄거리다. 역사적으로는 밀라노 폭동과 1630년의 페스트(흑사병)가 배경이다. 실존인물과 역사적 사건이 사료로 제시돼 역사...2021-06-05 21:32
‘인공호흡기’는 나만 어려운 게 아니었구나영어책을 번역해 한글판이라고 하면서 한글 제목을 붙이지 않은 예의 없는 책이다. ‘Ventilator’는 인공호흡기란 뜻이다. 책 뒤표지에는 중환자실을 ‘종환자실’이라고 당당히 틀린 글자로 남겨두었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이 고맙다. 같은 이름의 책이 미국 아마존에서 제...2021-05-17 02:21
읽지 않을 걸 사버렸다내 책꽂이엔 정해렴 편역의 상·중·하와 박석무·정해렴 편역의 이 있고 정해렴 역주의 이 있다. 내친김에 말하자면 도 있다.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할 것을 알았지만 만들어진 내력을 알기에 사서 보고 싶었다. 누군가의 공력을 눈으로 보는 기쁨이 있는 법이다. 책...2021-04-25 22:28
백신 거부자에게 에코는 뭐라 했을까2021년 3월도 다 갔다. 2020년 3월은 잃어버린 봄이었다. 신종 감염병의 정체를 파악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선별하느라 고군분투했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데 적어도 18개월이 걸릴 거라는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2021-04-03 15:00
생활이 맴돌 때 읽는 문고한승헌 변호사의 글 열두 편이다.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사무소를 여니 신상이 자유로워져 법률 월간지 에 1년 동안 연재했단다. 이를 2006년 이란 잡지에 재록하고 범우사에서 문고판을 낸 것이다. 처음 원고는 1966년쯤이고 2008년 범우문고 261번째 책이 되었다...2021-03-04 23:57
산소통이 필요하지 않은 여기가 천국나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컸지만 정이 든 그림책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림이 좋아서 좋을 때가 있고 한 줄 문장의 재치가 멋져서 두고 보기도 한다. 읽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책이 그림책으로 나왔다면 사 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간략하게 이해하고 시작하면 무엇...2021-02-02 21:34
영문법, 그들도 모르다는데 뭐는 1983년 감염학회 원로교수이신 정희영 선생님이 쓰신 항생제 소개 책이다. 1983년 간행된 책은 보지 못했고, 내가 가진 책은 1990년 발행본이다. 쪽 두께인데 바닷빛 옛글씨체에 금박으로 제목을 박았다. 스승님 책꽂이에서 어깨너머로 보았을 때 꼭 가지고 싶었는...2021-01-12 21:55
바이러스는 비처럼 우박처럼교과서에 한 줄로 정리된 역학을 한 편의 드라마로 읽을 땐 눈이 뜨인다. 이 책 서문에 쓰인 홍역을 읽을 때가 그렇다. 1846년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 페로제도에 홍역이 유행했다. 65년 전인 1781년 유행 이후 홍역 발생이 없던 곳이다. 그래서 그사이 태어난 ...2020-12-22 03:32
[독서방역본부] 코로나에 필요한 ‘호기심을 위한 과학’실험실 연구원을 ‘랩걸’이라고 불렀다면 그것은 존대의 호칭은 아니다. 랩걸에는 온종일 랩(lab)에서 일만 하고 다른 것에는 관심도 없고 할 줄도 모르는, 화장기 없는 외골수 여자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꼭 그렇게 살아야겠느냐는 비아냥이 곁들여 있다면 과도한 상상일까?...2020-11-21 23:25
남편이 누런 구두를 신고 죽었다아름다운 사람이 지나가면 고개 돌려 보듯이 어여쁜 장정의 책은 열어보지 않을 수 없다. 중절모에 파이프 담배를 물고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퉁퉁한 남자가 한구석에 조그맣게 들어 있고 중앙에는 작품의 상징이 되는 물건 한두 개가 간략하게 그려져 있다. 표지를 넘기면 센강...2020-10-31 11:06
술꾼 인간을 관찰한 <술에 취한 세계사>2019년 보건복지부 암예방 캠페인 포스터는 개그맨 이승윤이 모델이다. 얼마나 친근하고 재미있게 만들었는지 지나칠 때마다 감탄하며 본다. ‘채워지는 한잔 술에 비워지는 나의 건강’ ‘오늘 운동 30분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등등. 암예방 10대 수칙도 있다. 그중 넷째...2020-10-13 21:50
[독서방역본부] 눈물이 나지만 길게 울지 않으리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허리가 굽어지고 몸이 앞으로 기울고 다리가 벌어지고 팔에 힘이 없어 축 늘어지면서 고개가 툭 떨어진다. 입이 앞으로 툭 튀어나오고 눈꺼풀을 반만 올린 채 길을 보기 위해 간혹 고개를 들 뿐이다. 비가 내리는데 비도 피해지지 않는다. 느릿느릿 되는...2020-09-12 20:26
[독서방역본부] ‘불임 이유서’ 시대의, 전위 시인쭈글쭈글한 노인인데 머리는 짧고, 살집 없는 얼굴에 눈썹을 가늘게 그렸다. 눈물방울 모양 귀걸이는 한쪽만 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 주름진 목 아래로 넉넉한 젖가슴이 있으니 여성인 듯하다. 표정은 지적이며 슬프지만 존엄해 보인다. 손가락은 뒤틀리고 변형...2020-08-10 20:21
[독서방역본부] 스승이시여, 510쪽이 다 흐뭇합니다남편은 무슨 책을 그렇게 히히거리며 읽느냐고 한다. 꺾쇠 두 개로 그리는 스마일 표시를 웃길 때마다 그려넣었는데 한두 쪽마다 웃음을 짓고 있다. 아, 스승이시여. 510쪽이 다 흐뭇합니다. 탕누어 선생은 명예, 권력, 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하는 소책자를 만들자는 데 ...2020-07-20 22:46
[독서방역본부] 의료진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괜히 화가 나고 분노에 떤다. 다 밉다. 일찍 퇴근하는 사람들이 얄밉고, 가뿐해 보이는 걸음이 보기 싫다. 여행을 갔다 왔다거나 어느 날 친구를 만나 술 한잔했다는 말도 듣기 싫다, 샘이 난다. 화가 치밀고 욱하는 내 마음을 본다. 다 싫다. 내 마음 나도 어쩔 수 없...2020-06-27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