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끝없이 피 흘린다자본주의를 긍정하는 주류적 지식인의 한 가지 놀라운 특징은 이 세계에 대해 무한하다 싶은- 그러나 근거가 너무 희박한- 낙관이다.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진보’의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그들은, 특히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할 19세기 후반 이후로는 빈번히 ‘산업 발전이 거의...2011-03-03 15:09
국기에 대한 경애어린 시절 미국사에 대한 소련 교과서를 읽었을 때 한 가지 이미지가 뇌리에 새겨졌다. 성조기를 불태우면서 병역거부와 전쟁 반대를 선언하는 베트남전쟁 반대운동 활동가들의 이미지였다. 교과서는 물론 이들의 행동을 (사실 별 무리 없이) “미제 침략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대...2011-02-10 14:19
한국의 진보는 진정 전쟁에 반대하는가햇볕정책을 포기하고 미·일과의 공격적 ‘반북 연대’를 선택한 이명박 정권의 ‘반통일 정책’은 예상대로 필연적 결과를 보이고 말았다. 냉각될 대로 냉각돼버린 남북관계는 거의 준전시 상태로 진입했다. 그렇지 않아도 영세업자의 줄도산과 비정규직 양산 등 민생이 파탄에 이르는...2011-01-13 16:16
“군인들이여, 적은 인간이 아니다”전쟁을 체험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전시라 해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동물 세계에서도 암컷을 놓고 싸우는 수컷을 꽤 볼 수 있지만, 같은 종류의 동물들끼리 서로 죽이는 일을 보는 것은 극히 힘들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동류를 죽이는 데 천부적 거부감을 지녔...2010-12-22 11:24
근대 일본의 치명적 발명품, 무사도세계의 어느 나라를 봐도 국민국가에 유리한 쪽으로 ‘전통’의 이미지를 조작하지 않는 곳은 없다. 대한민국부터 그렇다. 박정희와 박종홍(1903∼76)이 반동적이고 복고적인 민족주의로 어용적 사상 흐름을 틀었던 1970년대 초반부터 ‘선비정신’과 같은 표현이 유행했는데,...2010-12-02 10:41
적을 살해하고 초인으로 거듭나라대한민국의 통념적 군대관과 전쟁관에는 한 가지 자기모순이 내재돼 있다. 비록 상류층은 병역기피를 상습적으로 저지르고 중산층의 많은 구성원들도 아들의 군 복무를 빼주는 것을 꿈꾸지만, 병역기피는 대중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박정희의 ‘전 사회 병영화’ 노선에 따라 군...2010-11-12 10:35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병법의 거짓말동아시아 전통사상에 대한 한 가지 흔한 미화는, 특히 유가 사상을 가리켜 ‘평화 지향적’ 또는 ‘평화주의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전쟁으로 멍드는 세상을 바로잡아 백성을 안업(安業)하게 하려던 공자나 맹자는 불필요하거나 명분이 뚜렷하지 않은 전쟁을 반대했다. 그러나...2010-10-21 18:11
일제의 잔혹한 유산, 자폭 이데올로기이데올로기의 정의가 많지만 가장 냉소적이면서도 현실에 가까운 정의는 “지배·피지배 관계의 비도덕적 부분을 모두 도덕화시켜주는 이념적 장치”일 것이다. 사실, 계급사회의 현실이란 그 어떤 도덕과도 본질적으로 사이가 멀다. 경쟁자를 물리치면서 입사에 가까스로 성공하는 노동...2010-09-29 16:07
서바이벌 게임과 합숙, 전쟁 같은 자본주의소련에서 보낸 유년 시절 필자에게 가장 괴로운 체험 중 하나는 ‘자르니차’(섬광)라는 이름의, 의무적일 정도로 강제됐던 모의 전쟁이었다. 정확하게는 학생의 의무까지는 아니었지만 소년공산동맹의 맹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었고, 소련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려면 소년공산동맹에 ...2010-08-25 22:17
전쟁영화, 남자와 조국을 노래하다 1973년에 태어난 나와 어릴 적 친구들은 어떤 전쟁도 제 눈으로 본 바 없었지만, 몇 명이 모이기만 하면 늘 놀이의 주제는 ‘전쟁’이었다. ‘파쇼군’과 ‘소련군’ 두 패로 갈라 총 모양의 장난감을 들고 서로 싸우는 척하는 것은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소련 ...2010-08-04 20:18
살인의 낭만에 도취된 국민들대한제국의 국권이 기울어져가는 1908년. 글로라도 쓰러져가는 나라를 붙들어 일본이나 구미 열강에 못지않은 강국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의욕에 불타는 애국지사 신채호는 에 ‘영웅과 세계’라는 글을 쓴다(1월4∼5일). 영웅이 나타나 힘없는 대한제국 백성을 용기와 충성심에 가...2010-07-15 22:35
국제법 천 마디가 대포 한 문에 진다한 세기 전 조선 식자 사이에서 주목을 많이 받던 번역서 중 하나는 (萬國公法)이었다. 중국에서 서양 서적의 번역자로 맹활약을 펼친 미국 선교사 마틴(1827∼1916)이 1864년에 한역(漢譯)한 미국 법학자 휘턴(1785∼1848)의 가장 권위 있는 국제법 교과서가...2010-06-23 22:30
오래된 거짓말, 정의로운 전쟁 여섯 달 전쯤 필자가 살고 있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의외의 수상치고도 아주 의외였다. 인종차별 철폐에 기여한 공로를 표창하는 상이었다면 모르지만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동시에 두 개의 전쟁을 진행하면서 대이란 전쟁 가능성도...2010-06-04 21:15
영웅의 다른 이름, 주검 더미 위의 출세자영웅은 싸움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는 동서고금 가부장적 사회들의 철칙이다. 가부장적 문화 속 ‘진정한 사나이’의 두 가지 주된 특기는 가족 부양과 다른 남성에 대한 폭력 능력의 보유인데, 전자보다 훨씬 더 극적인 후자는 늘 전설이나 문학의 줄거리를 이루어왔다. ‘문학’...2010-05-13 22:17
백인이여, 불교가 그렇게 평화적인가 비서구 종교 중에서 구미인에게 20세기 후반 이후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종교는 분명 불교일 것이다. 현재 미국에는 (주로 백인인) 비아시아계 불자가 100만 명에 이르는데, 그중 상당수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고학력자다. 특히 문단에선, 일본에서 몇 년간 선수행에 ...2010-04-22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