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진리란 그것 없이는 특정한 종(種)의 살아 있는 존재들이 더 이상 살지 못할, 그런 오류의 한 양식이다”라고 말했다. 그 알쏭달쏭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전혀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진리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면서 우리에게 발견되는 무엇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살기 위해 채택하는 어떤 것으로서 역시 오류일 뿐”이라는 뜻으로 나는 이해한다. 이 문제를 제대로 살피자면, 대체 ‘진리’라는 말로 우리가 뜻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확정해야 한다. 그 말로 우리가 표현하려는 것이 사람에 따라 달라서 그에 대해 미리 합의하지 않으면 미궁을 헤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진리의 개념을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라 한정짓자고 제안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말하자면, ‘거짓이 아니라 참인 명제’라는 뜻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진리는 어떤 실체라기보다는 ‘대상과 인식이 합치한다’는 뜻인 ‘맞다’의 명사형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니체는 그러한 ‘맞다’라는 판단은 객관적이라기보다는 판단하는 주체가 생존하기 위해 받아들이는 불가피한 오류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주장하는 진리가 너무나 허약하지만, 그렇다고 진리가 완전히 상대적이라고 마냥 폄하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니체의 철학적인 논의에서 한참 지상으로 내려와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해 생각해볼 때, 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생존 위해 오류 생산하는 ‘종’
사회는 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특정한 직업군들에 진리를 탐구하고 확정시키는 역할을 배분했다. 대체로 말하여 학자, 법률가, 언론인, 정치인이 그 사회의 진리를 탐구하고 확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굳이 말한다면 대뇌의 기능을 이들에게 담당시켰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 대뇌가 유기체의 생존을 위해 진리를 인식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다. 대뇌가 대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아가 대뇌의 각 주름들이 그 주름들의 이익을 위해 특정한 오류를 계속 진리라고 주장하며 사회라는 신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 니체식으로 말하면, 그런 직업군들은 스스로 하나의 종(種)이 되어 자신의 생존을 위한 오류를 체계적으로 생산해낸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의 그런 증세는 더욱 심화돼 쉽게 확정할 수 있는 진리마저 저마다의 생존을 위한 고함 소리에 묻히고 있다. 확정된 진리를 토대로 더 정교하고 포괄적인 진리로 나아가야 하는 진리의 길이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검찰의 사법적 진리가 사회를 지배하고, 사이비 언론의 설익은 진리가 세상을 부유한다. 관변학자의 비양심적 진리가 권력에 기생하며, 정치인의 당파적 진리가 시민들을 호도한다. 공동체의 대뇌가 고장난 이 마당에 과연 무엇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사회가 되도록 최선의 진리를 산출하는 시스템을 재건해 오류의 시대를 종식시키지 않는 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우리의 어떠한 노력도 결국 좌초되리라는 점이다.
조광희 변호사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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