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뢰옵하’(황인뢰 감독)가 유명한 학원동거물 만화 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고 9월부터 방영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왕 기대 중이다. 이 만화는 일본에서도 1996년에 드라마로 만들어졌지만(이때 남자 주인공을 ‘오겡키데스카~’로 유명한 영화 에서 말없던 고교생 후지이 이쓰키 역의 가시와바라 다카시가 맡았다), 하도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 주로 대만판과 비교되곤 한다. 학원동거물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해적판 만화로 원작을 섭렵하고, 진즉 후지이 이쓰키에게 반해 일본판 드라마를 찾아본 것은 물론, 몇 년 전 소문을 듣고 어둠의 경로로 대만판 을 구해서 보고 이 뻔하디뻔한 로맨틱 코미디와 즈슈(대만판 남자주인공 이름, 배우는 정위안창)와 샹친(여자주인공, 린이천)의 알콩달콩 사랑싸움에 열광했던 아줌마 중 1인으로, 이 드라마를 기다리는 것은 당연지사.
물론 캐스팅 소식에 살짝궁 걱정도 되지만, 4년 전 그 몇 배의 우려를 두 몸(?)에 받던 배우들을 기용해서도 명작(!) 을 만들었고, 고 고우영 화백의 그림을 그대로 브라운관에 옮긴 위대한 작업 를 밀어붙인 뚝심(그 덕에 경북 영양군 산골까지 성지순례를 갔더랬다). “황 감독님만 “믿씁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어떻게 아직도 그런 설정에, 꽃미남 학원물을 좋아할 수 있어, 중딩이야?”라는 힐난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뭐, 이럴 때면 늘 “드라마가 이나 은 아니잖아!” 정도로 되받곤 한다. 물론 리얼리티 넘치고 개연성 있는 드라마도 좋은 게 많지만, 이렇게 옛날 희극 무대에서처럼 우스꽝스런 일들이 어처구니없게 연달아 일어나는 것을 보며 웃고 즐기면서 비루한 현실과 시름을 잊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아닐까. 게다가 배신과 복수, 파멸 대신 때묻지 않은 설렘을 보면서 아드레날린(엔도르핀인가) 좀 모아주시고, 언젠가 우리도 그런 감정이던 때가 있었구나 돌아보게 되니, 이 회춘의 즐거움은 쏠쏠한 보너스쯤 되시겠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개념 탑재한 인물과 있음직한 전개는 필수. 설정과 소재가 황당하고 뻔하다고, 그 속에 나오는 사람들과 감정, 대사까지 안드로메다로 가면… 이건 정말 대책이 없어진다. ‘퐝타스틱한 설정+잘나가는 배우+연출력 있는 감독+χ=애국가 시청률’의 난해한 방정식 역시 그 해(χ값)는 바로 설정보다 더 황당한 인물과 에피소드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는, 영화 그리고 남들은 기억도 못하지만 내 맘속에는 명작으로 남아 있는 (안 보신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길)을 만들어냈던 고은님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고 하여 더 기대하게 만든다.
휴가가 언감생심인 ‘사콕’(사무실에 콕 박힌 중생)들을 위해서, 이런 드라마는 이런 계절에 해주면 더 좋을 텐데. 하긴 민간인 사찰에 성희롱도 모자라 야당을 찍으려면 북한에 가라나 뭐라나… 시도 때도 없이 짜증을 부르는 요즈음 같아서야, 한여름 아니라 언제라도 쌩큐베리감사! 겠지만.
김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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