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소수인종 배려’ 위헌 vs “기부 입학이 더 차별”

등록 2023-07-07 13:44 수정 2023-07-08 14:51
2023년 6월29일(현지시각) ‘적극적 차별시정조처’를 위헌으로 판결한 미국 대법원 앞에서 시위 중인 아시아계 미국인. RUETERS

2023년 6월29일(현지시각) ‘적극적 차별시정조처’를 위헌으로 판결한 미국 대법원 앞에서 시위 중인 아시아계 미국인. RUETERS

미국 연방대법원이 2023년 6월29일(현지시각) 대학 입시에서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적극적 차별시정조처’(어퍼머티브 액션)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다수의견 판결문에서 “학생은 인종이 아닌 개인으로서 경험에 근거해 평가돼야 한다”며 “많은 대학이 너무 오랫동안 그 반대로 행해왔고, 이에 따라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도전과 교훈, 기술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 단체가 ‘소수인종 우대 입학제도가 백인·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학과 하버드대학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나왔다. 미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의 대법관으로 재편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즉각 “법원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종적으로 다양할 때 우리 대학이 더 강해진다고 믿는다. 이 결정이 마지막이 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며 대학의 동문 자녀 우대 제도가 더 큰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하버드대학은 유력인사·동문·고액기부자의 자녀 입학을 우대하는 정책을 시행해왔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1998년 아버지 찰스 쿠슈너가 하버드대학에 250만달러를 기부한 이듬해 입학했다.

한편 하버드대학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문에서 법원 결정을 따르겠다면서도 “진보와 변화를 가져오는 교육, 학습, 연구, 창의성에는 토론과 이견이 필요하므로, 다양성과 차이는 학문적 우수성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복잡한 세상에 대비한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하버드는 인간 경험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해 그렇게 살아온 학생을 인정하고 교육해야 한다” “하버드는 항상 기회의 장소, 오랫동안 문을 닫았던 사람들에게 문이 열리는 장소여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