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동네’라고 부르는 독일 동베를린 바르샤우어 거리는 소문난 비건 식당들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 폐공장들이 스케이트장과 클럽으로 개조된 이 동네에 들어서면 먼저 비건 전문 슈퍼마켓인 비건츠(Veganz)를 지나게 된다. 2011년 베를린에서 시작된 이 슈퍼마켓에서 만들어낸 비건 소시지, 치즈, 아이스크림 등은 요즘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슈퍼마켓 페간츠 건너편 철길로 내려가면 숯불로 소시지와 고기를 굽는 연기 사이사이로 비건 스테이크와 버거를 파는 길거리 식당들이 있다. 거리 식당 ‘바티스 미트 비건’은 케밥, 커리부어스트 같은 베를린 명물 길거리 음식을 모두 비건식으로 만들어 판다. 얇게 썬 고기와 채소를 넣은 빵을 반으로 접어서 먹는 튀르키예(터키)식 길거리 음식인 케밥은 베를린으로 건너와 유럽의 버거가 됐다. 소시지에 커리 소스를 뿌려서 먹는 커리부어스트도 이곳에선 콩으로 만든다. 소시지보다는 연한 식감에 콩 특유의 향이 크게 줄어서 거부감이 없었다.
‘바티스 미트 비건’ 건너편에선 일주일에 한 번 비건 식재료와 동물 학대 없는 물건을 파는 천막시장이 열린다.
세계 모든 음식이 다 모인다는 베를린에서 비건식 유행은 채소로 만든 여러 나라의 전통음식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전통음식이 주목받기도 한다. 커다란 파티장 옆, 클럽 사람들이 허기를 채우기 위해 몰리는 푸드트럭 중 ‘키케로 비건 팔라펠 월드’는 병아리콩을 여러 허브에 섞어 튀겨낸 아랍의 팔라펠 요리로 비건들이 즐겨 찾는다.
식당 ‘엠마 피아’는 간판에 특별히 비건이나 채식이란 말을 적어놓지 않았지만 이곳의 모든 음식은 당연한 듯 채소로만 나온다. 독일식 돈가스인 슈니첼에도, 치즈버거에도 고기는 없다. 밤에는 선술집이 되는 이곳에서 맥주 안주로는 두부튀김이 나온다. 풍부하고 복잡한 맛의 소스 덕에 메뉴판을 자세히 읽지 않는다면 채소 돈가스라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겠다.
파티의 밤이 끝나고 아침이 밝아오면 ‘밀히 운트 주커’(밀크와 설탕), ‘바하프트 나하프트’(진짜 영양 가득) 같은, 이름도 부드러운 비건식 빵집이 문을 열기 시작한다. ‘요요 푸드 월드’에서는 피자, 햄버거 같은 비건식 패스트푸드를 파는데 가격도 4~6유로(약 5천~8천원)로 저렴하다. 바르샤우어 거리에선 낮에는 스케이트보드나 암벽등반 장갑을 낀 소년과 청년들이 비건빵을 들고 활보하고, 밤에는 화려한 차림의 사람들이 비건 레스토랑을 찾는다.
베를린(독일)=남은주 <한겨레> 통신원 eunjoonam@web.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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