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1일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 페이스북 계정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의 지명이 침략국인 러시아의 발음으로 한국에서 표기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아픔이 되어왔습니다.” 대사관의 설명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는 우크라이나식 발음으로 ‘크이우’ 로 불러야 한다. 국립국어원은 우리나라 외래어표기 지침을 적용했을 때 ‘크이우’가 아닌 ‘키이우’로 하는 게 바르다고 밝혔다. <한겨레21>이 국립국어원에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물었다.
문) 왜 ‘크이우’가 아닌 ‘키이우’를 권할까요.
답) N자가 뒤집어져 있는 И은 음성적으로 ‘이와 으 사이의 소리’가 납니다. 우크라이나어 사용자는 ‘이’와 ‘이와 으 사이의 소리’를 구분해서 쓰기 때문에 둘을 구분해서 적으려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와 으 사이의 소리’는 어떻게 발음해도 ‘이’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우크라이나어의 실제 발음을 인정하되 한국어의 음운 체계를 표기에 반영한 결과가 ‘키이우’입니다.
문) 키예프가 러시아식 표기인 줄 몰랐습니다.
답)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검색해보면, 1927년 3월21일치 <동아일보> 기사에 ‘렐닌그라드, 모쓰크바, 오뎃사, 키예프’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제정러시아 때부터 관계를 맺다보니 러시아식 표기가 오랫동안 굳어져 ‘키예프’로 쓰였죠. 그러다 1991년 우크라이나가 독립하면서 우크라이나어에 대한 인식이 생겼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영어권 국가에 로마자 표기를 러시아식이 아닌 우크라이나식으로 해달라고 요청해왔는데 한국 정부가 관련 요청을 받은 건 이번 페이스북 게시글이 처음입니다.
문) ‘키이우(키예프)’라고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답) 우크라이나어 원음을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관용 표기를 없애고 우크라이나어 표기 하나로 통일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키이우’만 독립적으로 쓰면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한 표기로 통일하기보다는 키이우(키예프)로 쓰거나 그 반대로 쓸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문) 국립국어원이 누리집에 발표한,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어 표기 모음’은 언제 확정되나요.
답)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에 3월7~11일 정부·언론 공동 외래어 심의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위원회를 거쳐 확정되면 올바른 언어 생활을 위한 ‘권고’를 합니다. 정부기관은 최대한 이 권고를 준용하기 위해 노력하고요.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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