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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니스, 앙카라, 베를린… 다음 테러는 어디?

“유럽인들은 테러가 일상화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마주하고 있다”
등록 2016-12-27 19:43 수정 2020-05-03 04:28
2016년 12월19일 독일 베를린 테러 현장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올해 유럽에선 ‘테러의 일상화’를 예고하듯 끔찍한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REUTERS

2016년 12월19일 독일 베를린 테러 현장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올해 유럽에선 ‘테러의 일상화’를 예고하듯 끔찍한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REUTERS

“다음 타깃은 독일이 될 것이다.”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곳곳에서 테러 공격이 일어날 때마다 이런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었다. 결국 올 것이 왔다. 지난 12월19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중심가에 위치한 한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일어난 테러는 우려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2016년은 어느 해보다 테러로 얼룩진 해로 기록될 것이다.

독일 테러에 앞서 터키 수도 앙카라에선 현지 주재 러시아대사가 터키 현직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방송 카메라가 모인 현장에서 생생하게 담긴 살해 장면은 무대 위 펼쳐지는 연극처럼 보일 정도로 비현실적 느낌마저 들었다.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간 쿠데타 시도와 잇단 테러로 얼룩진 터키의 2016년은 마지막까지 ‘혼란’이란 단어로 기록됐다.

불과 몇 시간 시차를 두고 독일과 터키에서 발생한 테러는 중동에서 지속되던 전쟁이 유럽과 다른 나라로까지 번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브뤼셀 폭탄 테러에 프랑스 니스 테러까지 격변의 2016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마치 올 한 해를 그대로 요약해 보여주는 듯한 상징적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 것이다. 끝나지 않는 시리아 내전과 그로 인한 난민 위기에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가 있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배타적 고립주의 승리의 상징이 됐다. 테러 공격이 늘어나고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곳곳에서 외국인 혐오를 앞세운 극우 정치세력이 득세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 내전을 비롯한 중동에서의 전쟁을 종식하거나 최소한 억제하려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상대적으로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유럽 곳곳에서 약한 고리를 타격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무차별 테러가 자행됐다. 이 와중에 독일은 유럽연합의 난민 포용 정책을 앞장서 이끌어왔다.

이번 사건으로 독일 국민의 정서가 어떻게 변할지, 독일에서도 다른 나라처럼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 득세할지는 좀더 지켜봐야겠다. 그러나 분명 독일 시민의 일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군중이 모인 곳은 피하려 할 것이다. 주변 사람들, 특히 누군가 짊어진 물건이 무엇인지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주터키 유럽연합 대사를 지낸 프랑스 국적의 마르크 피에리니도 “베를린 테러 소식을 접하자마자 지난여름 80명 이상 숨진 니스 테러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서유럽은 열린 사회예요. 테러리스트가 약점으로 삼고 공략할 곳이 많죠. 유럽인들은 조금씩 테러가 일상화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마주하고 있어요. 분명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일이죠.”

터키계 독일인 학자 튤린 야지치도 테러를 동반한 쿠데타 시도 이후 학자들을 표적 수사하는 터키 정부의 압제를 피해 자신이 태어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왔다. “쿠데타 시도 이후 나라는 점점 폭주하기 시작했어요. 하루가 다르게 옥죄는 위협을 느낄 수 있었죠. 이제 테러는 전세계 어디를 가나 피할 수 없는 일상이 돼버린 것 같아요. 유럽 곳곳에서, 이제는 이곳 베를린에서도 일어났죠. 그렇지만 저는 여기가 (터키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야지치로선 테러를 피해 터키를 떠났지만, 다시 독일에서 테러를 만난 셈이다.

국경을 걸어 잠그고 난민을 모두 몰아내는 방식으론 테러를 막을 수 없다. 터키와 독일에서 일어난 두 사건 탓에 시리아의 위기를 해결할 실마리는 더욱 찾기 어려워졌다. 역설적으로 유럽 전역에서 이슬람과 난민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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