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아랫동네, 요즘 ‘탈난’ 불교로 어수선하다. 스리랑카 승려들이 무슬림 할랄푸드 보이콧을 벌이더니, 버마 승려들은 ‘불교도 여성 무슬림과 결혼 금지’를 법제화하자고 난리다. ‘로힝야 무슬림 두 아이 초과 출산 금지’의 연장선이다. 스님들이 왜 결혼과 출산 문제에 간섭이실까 혀를 차던 차, 이번엔 타이에서 승려 하나가 ‘사실은 애아빠’로 밝혀지기 직전이다. 그것도 11년 전 14살 미성년과의 섹스로.
승려와 출산의 ‘간섭 관계’가 가능함을 보여준 이, 법명 루앙 푸 낸캄. 34살. 시사껫 지방 파 칸티탐 사원의 주지승인 그가 최근 2명의 승려와 제트기를 타고 여행하는 모습이 인터넷을 달궜다. 스포츠 선글라스를 쓰고, 루이뷔통 가방을 든 모습이다. 30만밧(약 1100만원)에 이르는 제트기 사용료를 늘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이 승려의 호사에 타이 사회가 들끓었다. 사원을 지으라고 땅까지 기부했다는 68살 할머니는 ‘10년이 넘도록 안 지었다!’며 땅찾기에 나섰다.
특별수사국(DSI)은 그가 소유한 승용차가 83대이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1.03에이커의 땅도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선 여러 개의 계좌번호가 각종 건축사업과 짝을 이뤄 ‘건축 헌금’을 독촉해왔다. ‘부처님과 임금님과 왕비님의 자비로운 이름으로’ 건축했다는 세계 최대 에메랄드 부다상도 그중 하나, 근데 그 에메랄드도 가짜란다.
스캔들이 최고조에 이른 건 바로 ‘출산’ 문제다. 지금은 20대 중반이 된 ‘소녀’는 자신이 키워온 11살 아이의 아빠가 ‘바로 그’라고 폭로했다. 친부모 확인 유전자 감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느닷없이 그의 동생이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승려였던 동생은 항간에 떠도는 여자와 누워 있는 사진도, 아이 아빠도 ‘형이 아닌 나’라며 형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누가 아이 아빠건, 동생의 자살골이 미성년과의 섹스로 벗겨진 형의 승복을 다시 입혀줄 것 같진 않다. 속세명 ‘위라폴’로 돌아온 제트기 승려는 파리에 거주하다 미국으로 도망갔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13살 때 공중부양을 하고 15살 때 ‘천국’과 ‘지옥’을 봤다는 그의 구라를 듣자니 그가 가짜 승려였나 가짜 목사였나 헷갈리기도 한다. 건축 헌금, 재산 증식, 공금 횡령 그리고 여자 문제까지. <pd>을 들락거린 우리나라 목사들로 대체해도 대략 맞아떨어지는데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의 테마까지 활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타이 승려들이 (버마 승려와 달리) 정치적 목소리가 높지 않은 건 다행인데, 돈을 너무 밝혀 문제야.” 스캔들이 터지기 직전 타이외신기자클럽(FCCT)이 주최한 ‘폭력, 불교의 이름으로’ 포럼에서 불심 깊은 원로 운동가 수락 시바락사는 그렇게 말해 좌중을 웃겼다. 이 사태를 예언이라도 하듯.
수락의 말은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하다. 돌이켜보건대 ‘정치적’ 승려가 없었던 건 아니므로. 타이 현대사의 아픈 기록 ‘탐마삿 학살’의 음산한 징조가 일던 1976년 초 극우 민병대의 시위를 이끈 이는 바로 키티부도 비쿠라는 이름의 승려였다. 그의 섬뜩한 말이 이랬다. “빨갱이를 죽이는 건 죄가 아니다.” 그보다 3년 전인 1973년 민주화운동으로 쫓겨나 망명길에 오른 독재자 타놈 끼띠카쫀은 3년 만에 ‘승려가 되겠다’며 귀국해 정국을 교란했다. 승려가 된 그가 독재의 죗값을 받았을 리 만무하다.
‘국가’ ‘왕실’과 함께 타이 사회의 3대 기둥으로 추앙받아온 불교. 여느 종교에나 있기 마련인 음지가 불교라고 없겠는가. 유럽의 오리엔탈리스트도, 아시아의 맹신도도 승려가 제트기 타고 구라 치는 현실을 신화로 소화하지 말지어다.
이유경 방콕 통신원·방콕에서 ‘방콕하기’ 10년차</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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