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어머니의 첫 대사는 정겹게 들렸고, 북쪽 아들의 대답은 자부심으로 가득했고,그리고 그 대답에 반응하는 남쪽동생의 만세소리는 왜 그리도 감동적이던지.

1.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아니야, 난 고생 안 했어. 난 김일성대학을 졸업했고,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잘 보살펴주어서 직장도 좋은 곳이고, 자식들도 전부 대학 공부했어.”
“만세! 만세!”
지난 이산가족 상봉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받았던 가족의 대사였다. 남쪽 어머니의 첫 대사는 정겹게 들렸고, 북쪽 아들의 대답은 자부심으로 가득했고, 그리고 그 대답에 반응하는 남쪽 동생의 만세소리는 왜 그리도 감동적이던지. 남과 북이 만나왔던 몇번의 역사 속에서 어쩌면 피가 물보다 진함을 느끼게 한 첫 경험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 이전의 만남들이 만남의 기쁨과 헤어졌던 시간들에 대한 서러움만이 아니라 그 속에 누군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주입된 듯한 팽팽한 긴장감들이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북쪽의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시선을 슬쩍 돌리고, 잘살고 있다면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묻기를 서슴지 않던 그동안의 남쪽 가족들. 그러나 이제 형님이 잘살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기쁜 동생은 감히 아직도 극우 보수주의자들이 회심의 일격을 기대하며 피보다 물이 그리고 물보다 반공사상이 더욱 진한 것이라며 두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이 남쪽 땅에서 형님의 출세(?)에 그만 만세를 외치고야 만 것이다.
사실, 우리 가족만 잘살면 된다, 우리 가족만은 출세하고 대학에 꼭 가야 한다라는 생각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참으로 이기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을 보면서, 아름다운 가족이기주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느끼게 했던 정점은 남쪽의 아버지가 북의 아들에게 앞으로도 국방위원장에게 충성을 다하며 성실히 살라는 이야기를 할 때였다. 지난 6월. 정상회담이 있은 뒤, 남쪽사회를 기분좋게 변화시키고 있는 탈냉전의 기운 때문일까, 너무도 정겨운 가족들이기에 감동은 배가 되었다. 그런데… 어이, 이도형 발행인… 북괴를 찬양하고 괴뢰 정부의 존재를 인정했으니 어쩔 겁니까, 그 남쪽 가족들을 용공혐의로 신고할 건가요?
이 아름다운 그래서 계속되었으면 하는 이 이벤트의 벌레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남조선 기자 선생들이었다. 조용히 옆에서 카메라만 돌리고 있어도 되는 걸 굳이 만남을 방해하며 뻔한 질문들을 서슴없이 끊임없이 해대던 그들. 도대체 만나서 얼마나 기쁘냐는 게 대답을 들어야 느낄 수 있는 건가? 끝내 정신을 잃고야 만 어머니와 그 모습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아들을 보면서 “아드님이 물을 주세요”라고 반복해 주문을 던지고 그래서 끝내 아들이 물컵을 돌려받아 어머니에게 물을 건네면, 그 부분만 편집해서 “정신을 잃고 만 어머니에게 50년 만에 아들이 생명수 같은 물을 주고 있다”라고 내레이션해대면 정말 감동적일 거라고 믿는 그들. 언제나 그래왔지만 우리나라 기자 선생들에겐 두 가지 잘못된 길이 있는 것 같다. ‘천박하거나 혹은 나쁘거나’.
2.
나는 지금 병원에 가야 한다. 왼쪽 눈이 백내장 증상으로 인해 잘 보이지 않는다(삼십대 중반인데…). 그리고 위에서는 출혈이 있다(사실 병원가는 것보다 술을 먼저 끊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종합병원들은 폐업중에 있다. 가끔 주위사람들이 이 ‘의료 대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을 때마다 하게 되는 첫 번째 대답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 가족 중에 두명의 의사가 있다라는 것이다. 바로 이 두 번째 대답 때문에 의사들의 폐업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한다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나의 몸은 폐업에 반대하고 있고, 나의 가족관계는 그에 대해 대답을 유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파악해가는 내 나름의 방법 중 하나는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중 누가 가장 치사한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건과 관련해 가장 치사한 건 현 정부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의사가 폐업을 할 수 있냐는 것 한 가지를 홍보하는 것 외에 정부가 이제까지 한 게 뭐가 있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정부의 대응은 책임지기 싫어하는 것 그 자체이다. 롯데호텔 노동자들에 대하여 그 폭압적인 진압에 대하여 전혀 사과하지 않는 그들은 흡사 공평은 해보겠다는 듯, 이번 의사들의 집회에 다시 한번 독재 시절의 방침을 밴치마킹했다. 도대체 통일정책만 잘하면 모든 걸 인정받을 거라 생각하는 당신들의 자신만만함의 근거가 뭔지.
그 다음으로 치사한 건 어쩌면 의사들 본인들이 아닐까? 지난번 1차폐업이 나름대로 안전하게 끝을 보고 난 뒤, 당신들은 롯데호텔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개 같은 진압에 대하여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스스로를 약자라고 이야기한다. 스스로 인정받는 약자가 되고자 한다면 평소에 잘했으면 한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의사들의 폐업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한 의약분업에 대하여 현재의 정부안을 반대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법령으로는 임의조제 등이 근절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본다. 폐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 그건 정말 조심스럽게 사용돼야 한다. 왜냐하면 그 권리는 무척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영주/ 영화감독 altgend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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