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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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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핵 보유국이다

등록 2007-10-05 00:00 수정 2020-05-03 04:25

핵무기가 200개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리아·이란과 달리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이유는

▣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성공회대 겸임교수kimsphoto@hanmail.net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두고 나온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설, 시리아의 북한 핵물질 보관설은 말 그대로 ‘설’로 끝날 듯하다. 영국 의 일요판인 는 9월23일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9월6일 시리아 북부 지역 군사기지를 폭격했으며, 폭격에 앞서 이스라엘 최정예 특수부대가 그 군사기지에 침투, 북한산 핵물질을 손에 넣었다. 이스라엘 공습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북한인 여러 명이 숨졌다”는 그럴듯한 소식을 전했다. 그보다 앞서 도 9월12일 “이스라엘 관리들은 북한이 핵물질 일부를 시리아에 판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이 이란과 시리아에 이들 국가에 거의 남지 않은 핵물질을 팔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미 국방부 관리의 말을 보도한 바 있다.

의 ‘불량 기사들’

우리의 관심사는 먼저 그런 보도가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6자회담과 한반도 긴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모아진다. 북한이 시리아에 핵물질을 넘겼다는 보도는 많은 국민들을 걱정시키는 만큼 확인이 필요한 민감한 뉴스다. 사정을 캐들어가 보면 이런 뉴스는 이른바 ‘정통한 정보통’을 내세워 신빙성이 높아 보이지만,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와 음모가 담긴 이른바 ‘불량 기사’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선 와 가 잘못된 보도로 독자를 우롱한 데 대한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먼저 이스라엘 전폭기들이 북한 핵물질을 보관한 시리아 군사기지를 공습했다는 것 자체가 불확실하다. 지난 1967년 6일전쟁과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이스라엘의 용어로는 ‘욤키푸르전쟁’) 이래로 이스라엘-시리아 두 나라는 사실상의 전쟁상태를 이어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 때 빼앗은 골란고원을 40년 동안 점령해왔다. 지난 1월 현지 취재 때 만난 시리아 지식인들은 “골란고원을 우리에게 넘겨주지 않는 한 평화회담이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스라엘-시리아의 긴장관계 속에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 국경을 넘어가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영국 〈BBC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 군사기지를 폭격한 일은 9월 중에 없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북한 핵물질을 보관 중이던 시리아 군사기지’도 없다는 것이 유럽 안보 분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결국 시리아의 북한 핵물질 입수설과 그에 따른 공습설은 미국과 이스라엘 강경파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나온 ‘만들어진 기사’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북한 협상 채널인 6자회담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미국의 네오콘 강경파들, 습관적으로 북한을 더 압박하고 싶어하는 부시 행정부의 오만한 관리들, 시리아·이란이 핵개발에 열중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길 바라는 이스라엘 강경파들이 함께 꾸며내고 그 후폭풍을 즐기려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생겨나는 물음.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 보도가 사실이든 아니든, 이란과 시리아의 핵무기는 안 되고 이스라엘의 핵무기는 괜찮은 이유는 무엇인가다. 이스라엘은 2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아무런 제재가 없다. 이스라엘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하지 않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도 받은 적이 없다. 이스라엘은 무슨 까닭에 핵문제에 관한 한 특례이고 열외인가.

아랍국가·이스라엘 ‘6자회담’이 만들어진다면

이런 물음을 푸는 열쇠는 다름 아닌 친미국가냐 반미국가냐의 잣대다. 미국 600만 유대인의 힘에 바탕을 둔 미 역대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일방주의는 이스라엘에게 핵 보유의 문을 활짝 열어줬다.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디모나 원자력연구소는 한 번도 IAEA의 사찰을 받은 적이 없다. 이란을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이 “이스라엘은 놔두고 왜 우리만…”이라며 미국과 IAEA를 향해 이중 잣대라고 비판하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이스라엘은 이즈음 핵물질을 합법적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은밀히 로비를 펼치는 중이다. 핵물질의 확산이나 밀매 가능성을 막고 엄격한 규정에 따라 핵연료와 기술을 수출하는 45개 국가들로 구성된 것이 핵공급그룹(NSG)이다. 말이 그룹이지 사실상 미국의 강한 입김 아래 움직인다. 이스라엘의 모델은 미국과 인도 사이에 맺은 핵협정이다. 미국은 인도와의 핵협정 체결에 따라 NSG의 규정에 관계없이 인도에 핵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 인도도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NPT에 서명하지 않고 IAEA의 사찰 의무도 없다.

이스라엘의 핵확산 정책은 가뜩이나 이스라엘로부터 핵위협을 느껴온 아랍국가들에 핵개발의 유혹을 더욱 강하게 느끼도록 만들 게 뻔하다. 만에 하나 미국-이스라엘-시리아-이란-유럽연합(EU)-러시아가 참여하는 ‘중동판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불능화 해법 비슷한 것을 이스라엘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 평화의 빛이 비칠 것이다. 그럴 경우 휘발성 강한 중동 화약고로부터 석유소비량의 80%쯤을 들여오는 한국 경제의 안정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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