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질주하던 선수가 ‘쾅’ 하고 상대와 충돌한다. ‘쿵’ 하고 그라운드에 쓰러지더니 미동도 하지 않는다. 수만 명이 꽉 들어찬 경기장은 일순간 침묵. 무거운 침묵 아래서 조용한 ‘웅성웅성’이 이어진다.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온 의료진들은 결국 비닐담요를 덮고 선수를 들것에 눕힌 뒤 서둘러 구급차로 옮긴다. 현장에 있던 사람도,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도 같은 감정을 지울 수 없다. 지금,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이 광경은 1월24일 영국 런던의 아스널 홈경기장에서 치른 프리미어리그 경기 도중에 발생한 상황이다. 경기는 평일 새벽에 치러졌지만 한국에서도 중계가 됐다. 축구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이런 장면이 최근 몇 년간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아스널전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18살의 어린 선수는 심한 충돌로 그라운드에 떨어지며 뇌진탕을 겪은 경우다. 1년 전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경기 도중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져 40시간 넘게 의식을 찾지 못한 선수는 심장마비가 왔었다. 한국에서는 신영록이 같은 일을 겪은 뒤 축구화를 벗어야 했다.
늘 ‘역동적임’ ‘투지’ ‘왕성한 신체 능력’ 같은 범주 안에 있다고 생각되던 사람이 갑자기 미동조차 하지 않는 상태로 눈앞에서 쓰러질 땐, 아무리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도 큰 동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정신적 충격도 상당하다. 더욱이 축구장같이 큰 공간에서 몇천 명, 때로는 몇만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누군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하는 순간은, 그야말로 공포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경기장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좌절이나 어려움은 기다린다. 야구선수 조성민의 자살 이후 방송중계 해설을 하고 있는 양준혁 위원((사진)을 인터뷰할 일이 있었다. 현역 시절 ‘양신’으로 불린 그는 은퇴 뒤 TV 해설자라는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3년차를 맞는 지금까지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투리를 고치지 못했고, 예능을 병행한다는 점에 크고 작은 이유가 겹쳐 악플에 시달리기도 한다. 나는 악플을 다 챙겨보느냐, 보면 괴롭지 않으냐는 질문을 가볍게 툭 던졌는데 그때 그의 눈에 반짝하고 ‘슬픔’이 서렸다. 그는 “괴롭죠, 너무 괴롭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솔직히 어떤 사람들이 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나는 그때 ‘사람은 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 같다.
그 인터뷰를 하고 며칠 뒤 그가 한 중학교에서 ‘자살방지 홍보대사’로 임명된 뒤 학생들에게 열심히 희망강연을 하고 있는 사진을 한 장 보았다. 살아가려고 힘쓴다는 것, 그것 또한 누구에게나 예외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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