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0일에는 조금 기묘한 일이 있었다. ‘아시아’가 타이틀에 걸린 두 개의 국제대회가 같은 날 한국에서 나란히 진행됐는데 상반된 분위기였다. 하나는 한국·대만·일본 각 리그의 우승팀과 중국·오스트레일리아 대표, 그리고 개최지 자격으로 롯데가 참가한 프로야구 ‘아시아시리즈’. 또 하나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한 대회로 아시아 32개 클럽 중 최강자를 가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였다. 11월10일 낮 12시에 일본 프로야구 우승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오후 6시에는 중국 대표로 참가한 차이나 스타즈와 한국 프로야구 우승팀인 삼성의 경기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치러졌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인 울산 현대와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아흘리의 경기가 울산에서 치러진 것은 저녁 7시30분이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이번 시즌 한국 프로야구는 정규시즌에만 ‘700만 관중 돌파’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 그에 비해 프로축구의 매 경기 관중 수는 ‘초라한’ 수준이다. 2011년 프로축구가 약 303만 명의 관중을 동원한 것에 비해, 프로야구는 정규시즌과 올스타전을 포함해 모두 715만 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야구장에는 사람이 많고, 축구장에는 사람이 없다’는 말은 무엇보다 눈으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 그런데 11월10일은 조금 달랐다. 매일 팬들로 만원을 이루던 사직구장은 요미우리와 롯데의 경기에 1만 명을 겨우 넘기는 관중이 입장했다. 반면 어떤 날은 무관중 경기라도 치르나 싶을 정도로 관중 수가 적었던 울산의 문수경기장에는 무려 4만2153명이 입장했다.
재미있는 것은 언론 쪽 분위기였다. 물론 10일 아시아시리즈 두 경기 모두 케이블을 통해 중계됐고,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역시 케이블을 통해서만 중계됐다. 그러나 아시아시리즈는 삼성이나 롯데 중 한 팀이 진출할 경우 11일로 예정된 결승전이 지상파로 중계될 예정이었다. 두 팀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편성이 취소됐다. 반대로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K리그에서 참가한 4개 팀 중 울산이 결승까지 살아남았는데도 공중파를 타지 못했다. 토요일 저녁 7시30분, 프라임 타임은 쉽게 넘볼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뉴스 비중에서도 AFC 챔피언스리그는 아시아시리즈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우승을 하면 거머쥘 수 있는 상금이 최고 35억원에 육박하는 큰 규모의 대회였지만,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걸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리그의 흥행이 국제대회 성적으로 직결되지 않는 프로야구와 국제대회의 성적이 리그의 흥행으로 연결되지 않는 프로축구. 이 ‘미스터리’는 왠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만 같다고 생각하니, 조금 으스스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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