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D-Day.
‘2개월 뒤 점핑부츠를 신고 학교 후문을 뛰어넘겠다’는 내기를 했을 때, 반쯤은 장난이었지만 진지한 마음에 입술을 앙다물기도 했다. 쓸데없는 내기에 뭘 그 정도까지, 라고 허허 웃어넘긴 친구들에게 “이건 무한도전이라고. 너 레슬링 편이나 봅슬레이 편 보면서 감동 안 받았어?”라며 열을 올리기도 했다. 애초에 무모하고 시작할 필연적 이유조차 없는 일일지라도 그게 누군가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도전이 된다면 의미 있지 않은가. 나 역시 땀 흘리고 넘어지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면서 그 과정 자체가 참 아름답구나, 내 생애 가장 치열한 두 달이었지, 하며 씩 웃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틱하긴 개뿔, 부상이래봤자 조금 부끄러운 피부병과 보호대 아래 멍든 무릎과 팔꿈치, 약간씩 시큰했던 손목 정도. 흘린 땀이래봐야 티셔츠 하나 흠뻑 적시지도 못할 만큼. 아직도 점핑부츠를 신기 전부터 겁이 나서 가슴이 쿵쾅거려 어떤 날은 ‘이건 식스센스가 감지한 위험신호’라며 연습을 쉬기도 했다. 작은 벤치 하나 정도는 뛰어넘을 수 있지만, 허리를 훌쩍 넘는 키의 후문은 아직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다. 일주일 전부터 슬쩍슬쩍 한 번씩 후문 앞으로 가서 시도해보았지만 턱도 없었다. 후문을 잡고 뛰어도 보고 도움닫기도 시도해봤으나 가속이 제어가 안 돼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사정을 아는 남자친구는 부러 더 엄숙하게 의식을 거행하려 하고, 따라나선 ‘찍사’도 신이 났다.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판다가 되어 아침 해가 뜨자마자 점핑부츠를 짊어지고 후문 앞으로 갔다. 그냥 기권하긴 싫었다. 그리고 마침내 뛰어넘으려고 힘을 잔뜩 실어 스프링을 누르는 순간, 깨달았다. 기권하는 게 나을 걸 그랬지. 후문을 넘기는커녕, 참혹하게 넘어졌다. 아프기도 했지만 웃음이 먼저 터져나왔다. 그렇게 ‘무모한’ 도전은 한바탕 웃으면서 막을 내렸다.
점핑부츠를 2개월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탁월했다는 것. 하루에 7끼쯤 나눠 먹으면서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고 잠도 쪽잠을 나눠서 자는 불규칙한 생활에도 살이 2kg쯤 빠졌다. 근육의 98%를 사용하게 된다는데, 그 탓에 늘상 몸이 뻐근했어도 몸이 예전처럼 흐물거리지 않고 탄탄해진 듯도 하다.
무엇보다 그 짜릿한 스릴에 무미건조한 ‘도’음 같던 일상이 ‘솔’음으로 올라간 듯했다. 그래서 일단 내기에는 졌지만 도전은 계속할 생각이다. 지금부터 2개월 뒤, 또 2개월이 지나면 정말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지 모른다. 일단 점핑부츠 얘기는 여기서 접는다. 다음호부터는 암벽등반 얘기를 해볼까 한다. 등산 장비를 다 사줄 기세로 강력히 추천하는 지인과 함께 다음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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