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클라이밍은 일반적으로 인공 암벽등반만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세 종목으로 나누는데, 리드(Lead·난이도 경기)는 13m 이상 높이에 오버행을 포함해 다양한 난이도의 경사각으로 이뤄진 인공암벽을 로프를 걸어가며 등반한 거리로 순위를 매긴다. 볼더링(Bouldering)은 높지 않지만 난이도 높은 루트를 올라 점수를 따는 방식이다. 스피드(Speed)는 정해진 루트를 얼마나 빨리 오르는지로 승부를 낸다.
정승권 등산학교의 실내 암장은 볼더링 중심이라 그리 높지는 않다. 초보 난이도의 수직 벽부터 각도가 점점 가팔라져 천장으로 홀드(손으로 잡거나 발을 디디는 돌)가 이어지는 오버행까지 다양한 벽으로 사면이 둘러싸여 있다. 암장에 가면, 사람들이 여러 명 모여 난이도별 문제지를 들고 문제를 푸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정된 홀드만을 이용해 떨어지지 않고 벽 끝까지 가면 성공하는 것이다. 자신의 신장과 체력을 고려해 어떻게 홀드를 잡고 이동할지 나름대로 지도를 그려보는 묘미가 있다.
나는 거기까지 가려면 멀었다. 그런 모습은 쉬는 동안 스트레칭을 하면서 힐끔힐끔 구경만 할 뿐이다. 아직 수직 벽도 마스터하지 못했다. 처음엔 홀드 끝에 손가락을 걸어 단단히 잡는 법과, 엄지발가락을 홀드에 ‘꽂는’ 안쪽딛기와 새끼발가락 쪽으로 디디는 바깥딛기부터 배웠다. 그걸 이용해 난이도가 쉬운 홀드들을 잡고, 표시된 돌을 디뎌 벽 끝에서 끝으로 왕복하는 연습을 했다. 기본 자세인 ‘삼지법’에 익숙해지기 위한 훈련이다. 손으로 잡은 홀드가 양발로 디딘 홀드의 가운데에 있어야 안정적인 자세가 되고, 다음 홀드로 이동하기도 편해진다.
처음으로 꼭대기에 있는 홀드까지 잡게 되었을 때는, 그 높이에 올라간 것조차 무서워서 덜덜 떨었다. 선생님께 ‘저 잠깐만 내려갈게요’를 수도 없이 외쳤다. 남들은 10번씩 왕복하는 코스인데, 한쪽 방향으로 벽 끝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네 개의 팔과 다리를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하는지도 난감했다. 몸이 유연하지 않아 벽에 찰싹 붙기도 힘들었다. 흔히 ‘벽을 애인처럼 생각하라’고 하는데, 몸을 벽에 바싹 붙인 채로 움직여야 체력과 팔의 힘 소모가 적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 늘고는 있다. 특히 발을 정확히 단단하게 딛는 것과 코스를 읽고 제대로 움직이는 법엔 익숙해졌다. 스트레칭을 열심히 한 덕에 몸도 훨씬 유연해졌고, 생활하면서 틈틈이 스트레칭을 할 정도로 몸을 움직이는 데 습관이 붙었다. 그러나 아직도 간신히 벽 한 면을 두 번 왕복하고 나면 샴푸를 짤 힘조차 없을 정도로 악력이 없어져버린다. ‘펌핑이 온다’고 하는, 팔목부터 팔꿈치 사이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현상도 남들보다 심하다. 팔 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시작한 지 2주째, 본격적으로 복근과 팔 힘을 키우는 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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