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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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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6개월, 심장이 부지런해졌다

등록 2011-03-18 14:40 수정 2020-05-03 04:26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같은 시간에 운동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레벨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똑같이 시작하더라도 운동 경력이나 능력, 성실도에 따라 습득 시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내가 익스트림 마셜아츠를 배우는 시간대에는 흰 띠부터 초록 띠, 파란 띠, 빨간 띠까지 다양한 레벨의 사람들이 함께 운동을 했다. 그래도 하나같이 나보다 실력이 뛰어났다.

혼자 뒤에 떨어져 한 동작이 될 때까지 개인 훈련을 할 수 있는 초반 1시간은 그래도 마음이 편했다. 수준급으로 하는 운동은 없지만 이 운동 저 운동 다양하게 찔러본 내가 아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무슨 운동이든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 이를테면 볼링은 공을 놓고 손을 끝까지 머리 위로 들어올리지 않으면 그게 공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암벽등반을 할 때 엄지 발가락에 힘을 주어 제대로 딛지 않으면 팔에 무리가 가고, 결국 떨어지게 돼 있다. 익스트림 마셜아츠의 앞구르기도 뒷구르기도, 물구나무서기도, 그보다 어려운 외발턴이나 선자(공중에서 몸을 수평으로 만들어 두 다리로 차면서 한 바퀴 도는 동작)도 마찬가지였다. 손과 발을 어떻게 짚는지에 집중하다 보면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던 동작도 어느 순간 ‘이거다!’ 하는 느낌이 왔다. 완벽하게 되지 않아도 그렇게 조금씩 느는 것에 쾌감이 있었다.

후반 30분, 연속 동작을 익히는 시간은 조금 힘들었다. 한 명씩 줄을 서서 사범님이 시범을 보인 동작을 차례대로 따라해야 한다. 처음에는 한 동작, 다음에는 두 동작을 이어서 하고, 셋, 넷, 점차 늘어난다. 혼자 연습할 때 천천히 되새김질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굉장히 속도가 빠르다. 한 동작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처음에는 죽을 만큼 부끄러운데, 계속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한 동작이라도 비슷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렇게 점점 익스트림 마셜아츠와 친해지는 것 같다.

6개월간 익스트림 스포츠에 도전하면서 가슴 뛰는 순간이 많았다. 짜릿해서, 뿌듯해서, 설레서, 무서워서, 창피해서. 점핑부츠를 신고 학교 후문을 넘지 못했어도, 익스트림 마셜아츠에서 파란 띠는커녕 초록 띠도 따지 못했어도, 내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그거다. 내 심장이 좀더 부지런해졌다는 것. 불규칙하던 식사를 꼭꼭 챙기게 되었고, 더 많이 걷고 뛰어도 숨이 차지 않게 된 것, 오래 앉아 있어도 지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뿌듯하다.

내 글을 읽고 점핑부츠를 탔다가 이마를 땅에 박았다는 사람도 봤고, 암벽등반을 시작한 지인도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겐 가장 먼저 “겁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더 주자면 자신에게 맞는 종목을 선택하라는 것. 사람을 좋아하는 이라면 동호회 활동을 통해 점핑부츠를 배워보길 권한다. 나처럼 끈기가 없어 빠른 시간 내에 성취감을 느껴야 흥미가 지속되는 이에겐 단계별로 목표 달성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암벽등반을 추천한다. 특히 볼더링! 인공 암벽도 재미있지만 자연 암벽을 탈 때의 분위기는 꼭 한 번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러 가지를 조금씩 해보고, 제일 흥분되고 두근거리는 종목을 골라 꾸준히 해보자. 익스트림 스포츠는 깊게 알고 오래 할수록 훨씬 짜릿한 흥분을 맛볼 수 있으니까. (아마도 나는 암벽등반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판다의 익스트림 라이프’ 연재를 마칩니다. 김지현씨는 새로운 스포츠 이야기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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