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남자친구가 모처럼 점핑부츠를 타러 나갔다가 전화를 걸었다. 매일 연습한다고 호들갑 떠는 나 때문에 정작 그는 점핑부츠를 사놓고 몇 번 타지도 못했다. 혹시 다쳤나 하는 마음에 걱정돼 얼른 전화를 받았는데, 글쎄 그가 두 발로 점프를 하면서 너무 신난다고 외치고 있었다. 몇 번 타지도 않았으면서 두 발 점프를 한다니, 그 와중에 통화를 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다. 아니, 믿기 싫다. 뛰쳐나가 확인해보니 내 무릎 높이보다 높게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나도록 내가 뛸 수 있는 높이는 겨우 30c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도 두 발에 동시에 힘을 줘서 뛰기는 힘들다. 발에 스프링을 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 높이는 뛰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몸이 안 따라주면 머리라도 써야지. 그날로 동호회 카페에 가입해 ‘질문게시판’과 ‘점핑강습방’의 글을 찬찬히 읽어보고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
먼저 점핑부츠에도 체급이 있다는 것. 점핑부츠는 라이더의 몸무게를 기준으로 4종류로 나뉜다. 내가 타고 있는 건 70~90kg급인 티렉스(T-Rex)다. 내 체중에는 50~70kg급인 랩터(Rapter)가 적합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자 회원들은 체중이 적게 나가도 티렉스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체급을 올려 타면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일정 수준 이상 실력이 늘면 더 높이 점프하거나 텀블링 등 묘기를 부리는 데 유리하다고 한다. 적응하는 데 6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회원도 있는 걸 보니, 내 미래가 영 어둡기만 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두 달 안에 학교 후문을 뛰어넘긴 틀린 것 같군.)
둘째, 연습방법. 가볍게 콩콩 뛰거나 성큼성큼 걷는 것까지는 몸으로 익혀서 자연스럽게 단계를 밟을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그냥 무작정 타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속도를 내어 달리려면 땅에 닿는 발을 지면과 수직에 가깝게 눌러 스프링 탄성만으로 달릴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관찰해봤더니 나는 앞쪽으로 무게가 쏠리도록 대각선으로 누르고 있었다. 수직으로 누르려고 일일이 신경 쓰면서 발을 디뎌보니 과연 훨씬 편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걷다 보면 다리가 풀리고 자꾸 무릎을 꿇게 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스프링을 이용해야 하는 기구를 무겁다고 생각하고 끌고 가려는 나의 어리석음이 문제였다. 조금 더 해보고 ‘계단오르기’ 연습을 해봐야겠다.
두 발로 점프할 때 위로 높이 올라가려면 먼저 밑으로 깊게 누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철봉을 잡고 부상에 대한 걱정 없이 힘을 최대한 실어 점프하는 연습이 유용하다고 한다.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철봉을 잡고 점프를 해 봤다. 큰맘먹고 아래로 쑤욱 무게를 실어봤더니, 붕∼ 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높이 뛸 수 있었다. 그런데 내 성격상 어딘가에 의지해 연습하면 감각을 익히기보다는 지지대에 절대적으로 매달리기 때문에 실력이 늘긴 힘들고, 높이 뛸 때의 기분을 체험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보다는 한 발에만 점핑부츠를 신고 깨금발로 연습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무게가 한 발에 실리니 스프링의 탄성도 좀더 좋아지고 균형 잡는 데도 도움이 된다. 덕분에 다시 실내의 벽 앞에서 떠나지 못하는 신세가 됐지만.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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