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오스만(Dan Osman)이라는 사람을 아시는지? 그는 목숨 걸고 하는 스포츠(암벽등반, 빙벽등반,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스키점프 등)를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들의 커트 코베인이요 제임스 딘이다. 그는 로프 없이 암벽을 오르는 프리솔로 클라이밍과 높은 암벽 위에서 로프 하나에만 의지하는 자유낙하에 미쳐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각도에서 자유낙하를 하다가 자신이 설계한 장비가 부서져 35살의 나이에 요절했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모두가 걱정했을, 너무나 당연한 죽음. 누군가는 자살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어느 날 밤, 유튜브에서 그의 프리솔로 클라이밍 동영상들을 하염없이 찾아보느라 잠들지 못했다. 바위처럼 단단하고 나뭇가지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몸. 춤을 추는 듯한 동작들. 처음에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만 하다가 나중에는 조금 슬픈 생각이 들었다. 왜 어떤 사람들은 편안하고 안전한 일상에 만족하지 못할까? 닥터 하우스에게 진찰받던 늙은 흑인 재즈 뮤지션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보통 사람들이 아내, 자식, 취미 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적나라하고도 아프게 가슴을 때리는 것이 없기 때문이오. 자나 깨나 생각하게 하는 그 무엇, 보통 사람 노릇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그 무엇….” 그 무엇이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나 역시 보통 사람 노릇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걸 깨닫던 시기였다. 나는 그 밤에 ‘다노’(친구들이 댄을 부를 때 쓰던 이름)에게 동지의식을 느꼈다. 불이 너무 뜨거우니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아름다워 만져보고 싶어하는 아이처럼.
그리고 몇 달 뒤, 내게 댄 오스만을 소개하며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자고 꼬드기던 지인은 “미안하지만 나 요즘은 잘 못 나가”라는 말로 나와 댄을 배신했다. 혼자서라도 배울 작정으로 서울 수유동에 있는 ‘정승권 등산학교’(www.climbingschool.co.kr)를 무작정 찾아갔다. 교장 선생님(그러니까 정승권씨)은 내게 왜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고 싶으냐고 묻지 않았다. 다만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있겠느냐는 둘째 치고, 되면 돈은 많이 버느냐”고 물었다. “지금은 뭘 해서 먹고사냐”고도. 그 앞에서 어느새 나는 지나온 내 짧은 인생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하다가는, 정신을 차리고 소심하게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냐고 여쭤보았다. 지구력? 팔의 근육? 교장 선생님의 시크한 대답. “팔다리만 자유롭게 움직이면 할 수 있죠. 장애가 있다고 해도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거고.” 장비에 대해서 여쭤보자 ‘밥은 먹고 다니냐’는 표정으로 나를 보시며 “장비를 살 돈이 어디 있다고. 그냥 여기서 쓰는 거 빌려줄게요” 하신다.
그리고 자신은 다음달에 남극(!)에 가지만, 강사에게 말해놓을 테니 한 달간 실내 암벽에서 연습하고 12월 말에 강원도 원주 간현암에서 암벽을 타보자고 목표를 설정해주셨다. 점핑부츠 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의지할 곳이 있다!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도 생긴 셈이다. 당장 “내일 4시까지 나와요”라고, 첫 연습 지령이 떨어졌다.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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