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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위해 야구장을 짓자

등록 2010-08-25 15:58 수정 2020-05-03 04:26
산을 위해 야구장을 짓자.

산을 위해 야구장을 짓자.

한겨레신문사 야구단인 ‘야구하니’가 첫 승을 향한 집념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구력 10년의 ‘돈키호테’를 만나 ‘1점차’로 진 뒤다. 사회인 야구에서는 점수와 상관없이 승자가 “1점차로 이겼다”고 겸양을 보이는데 점수를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벌어질 경우 그 겸양은 더 커 보인다.

핸드볼 점수를 내주고 야구 점수를 얻은 야구하니들에게, 돈키호테 이영욱 감독은 “야구를 오래 즐기려면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레슨을 제안했다. 겨울에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가자던 우리의 첫 특훈은 나의 모교인 서울 성남고 실내연습장으로 결정됐다.

팀원들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젊은 코치에게서 기본기부터 배웠다. 스트레칭에 이어 하체 단련을 겸한 수비 연습. 둥그렇게 모여 가상의 땅볼을 글러브로 거둬올렸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초짜’들의 수비 실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까기와 악송구를 막는 연습도 했다. 양발을 최대한 벌린 상태에서 굴러오는 공을 잡고 세 스텝을 밟아 그물망의 구멍으로 던져넣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야구도 폼이 중요하다. 남한테 멋지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적합하게 고안된 기본자세이기 때문이다. 흔히 타격할 때 팔만 휘두르기 십상인데 코치는 왼발을 고정한 상태에서 오른발을 틀어 몸을 먼저 움직이는 동작을 반복적으로 훈련시켰다. 코치가 던져주는 공을 칠 때 그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 게 중요했다. 실내였음에도 사우나에 온 것처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고 한다. 이상은 야구하니의 루키 조원두의 전언이다.

그렇다. 난 기본기를 땀나도록 배우는 그 축복을 받지 못했다. 같은 시각 지리산 세석평전을 넘고 있었다. 흔치 않은 야구 레슨과 그것보다 더 흔치 않은 지리산 무박2일 산행 사이에서 난 후자를 택했다. 산이 좋아 산 밑에 살면서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북한산에 올랐었다. 주말마다 야구를 하면서 산과 멀어졌다. 다른 선수들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 많은 등산객이 몰려 몸살을 앓는다는 서울 근교 산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야구장을 많이 지어야 한다. 실제 고양시의 최성 시장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야구장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플레이볼을 쓸 때가 됐는데 백지로 내보낼 수는 없었다. 823호 ‘더블이 좋아’ 이후 주말마다 내리는 비와 등산 때문에 야구를 하지 못했으니 간접경험이라도 전할 수밖에 없는 점, 독자들께서 널리 양해해주시길.

대신 약속드린다. 야구하니는 8월21일 국민일보와, 그리고 28일엔 원음방송과 경기를 한다. 물론 주말만 찾아 내리는 비가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선수 출신의 전문 코치에게 특훈을 받은 야구하니들에게 뒤지지 않도록 지리산의 정기가 실린 안타를 쏘아올리겠다. 창단 시기가 비슷해 실력이 팽팽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들 이외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두 팀과의 경기 소식을 2주 뒤에 전해드리겠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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