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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은 나의 운명

등록 2010-05-06 15:10 수정 2020-05-03 04:26
삼진은 나의 운명. 비비언스 제공

삼진은 나의 운명. 비비언스 제공

그것은 저주였을까.

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쓴 지난번 칼럼의 제목은 ‘안타, 치는 자가 비정상’이었다. 공과 배트의 중심선이 정면으로 맞을 수 있는 폭은 겨우 1.2cm여서 둥근 방망이로 둥근 공을 때려 안타를 만들기가 무척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프로야구에서 타율이 3할을 넘으면, 즉 10번 중 3번 이상 안타를 만들어내면 훌륭한 타자니까.

빠른 독자들은 이미 눈치챘을 거다. 맞다. 난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4월17일 우리팀 비비언스(Bbans)의 리그 공식 첫 경기에 8번 타자 2루수로 출전해 2회와 3회 두 번 타석에 들어가 모두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8점 차로 뒤지던 3회 만루에서는 팀원들이 “형님, 칼럼 밝게 쓰셔야죠. 날려버리세요”라고 응원했는데, 난 주전을 꿰찰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상대팀 ‘미다스3부’는 경험이 많은 팀 같았다. 투수의 공은 빠르고 정확했다. 내 스윙은 날카롭지 못했다. 3회 타석에선 스리 볼까지 잘 참으면서 골랐다. 네 번째 가운데로 쏠린 공은 헛스윙. 어라? 같은 코스로 또 던져? 다섯 번째 공은 건드렸지만 빗맞으면서 파울.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까지 몰리니까 맥박이 빨라졌다. 여섯 번째는 공이 살짝 빠지는가 싶다가 들어오는 바람에 스윙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어정쩡한 폼으로 삼진. 내 인생의 첫 경기, 데뷔 무대는 그렇게 처참하게 끝났다. 최환서 감독에게 교체를 자청했고, 감독은 ‘안 그래도 그럴 작정이었다’는 표정으로 흔쾌히 수용했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1회초 공격에 나선 우리팀은 1번 안창모와 5번 박성웅의 안타에 상대 유격수의 실책이 겹쳐 2점을 먼저 뽑았다. 거기까지만 좋았다. 1회말 상대팀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화들짝 놀란 우리팀의 거의 모든 선수가 실책을 하면서 무려 10점을 내주고 말았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느린 커브 공에 엉덩이를 들이댄 얄미운 1번 타자가 다시 타석에 섰을 때 점수 세기를 포기했다.

우리는 한 점씩 쫓아가면 된다는 감독의 말을 충실히 따라서인지 정말 2회와 3회 1점씩 득점을 했고, 2회에는 2점을 더 내줬지만 3회에는 선발투수 정완의 마운드가 안정을 찾고 수비수도 긴장이 풀리면서 상대팀 세 타자를 나란히 아웃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4회 들어 무득점에 대량 실점을 했다. 결과는 4-19, 참패였다.

경기 뒤 우리팀 게시판에는 ‘반성문’과 서로를 격려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야구 취재 때문에 첫 경기를 놓쳤던 정현석은 “오늘의 패배와 실수가 있어 야구를 더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맞다. 이번 시즌 우리에겐 아직 11경기가 남아 있다. 호된 신고식 이후, 프로야구 경기를 집중해서 보는 시간이 늘었다. 그런데 아주 조용히 본다. “아니, 그걸 못 쳐?” 혹은 “그걸 못 잡고 돈을 받느냐?” 같은 망언은 하지 않는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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