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때려 앞으로 보내는 스포츠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단연 야구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은 대부분 둥글다. 하지만 가격하는 기구까지 둥근 경기는 야구가 유일하다. 테니스채나 탁구채는 평면이다. 골프나 당구도 가격하는 면은 거의 평면에 가깝고 그 공들은 정지해 있다. 야구는 위협적인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쳐내야 한다.
1루와 3루 사이 수비수가 없는 곳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려면 날아오는 공의 이동선과 스윙하는 배트의 중심이 정면으로 마주쳐야 한다. 공과 배트의 중심선이 정면으로 맞을 수 있는 폭은? 겨우 1.2cm다. 공의 지름은 7.29cm, 배트의 가장 굵은 부분은 7cm. 고정된 공의 중심을 맞추기도 쉽지 않을 텐데, 18.44m 거리에서 투수 손을 떠난 공의 움직임을 보고 나중의 궤적을 예측하면서 결정해야 한다. (레너드 코페트 지음·이종남 옮김·황금가지 펴냄)에는 “공의 높낮이를 예측하고 좌우의 각도, 투구 속도에 맞춰 스윙과 타이밍을 조정해서 배트가 공의 중심으로부터 1.2cm 이상 빗나가지 않도록 접근시켜야 한다”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지난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내가 안타다운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것은 과학적으로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앞으로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펑펑 때려내는 선수가 많다는 점이다. 심지어 우리 팀 비비언스(Bbans)의 주력인 정현석( 야구 기자)은, 방망이로 가리킨 쪽으로 비슷하게 공을 보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우리 팀 코치 박성웅은 수비 연습을 위해 공을 띄워 때리는 ‘펑고’를 할 때면 내야·외야 가리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낸다. 그는 영화 과 드라마 에 출연한 중견급 배우인데, 훤칠한 키와 실력을 보면 왜 야구를 업으로 삼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드라마 에 출연하면서 야구에 입문한 김호승, 그룹 ‘자우림’에서 베이스기타를 치는 김진만, 미디어몹 대표이사인 야구광 이승철, 지하철을 타기 전 역에 진입하는 열차의 타이밍에 맞춰 스윙 연습을 할 정도로 ‘야구 중독’인 회사원 정완 등 주전급의 유연한 타격과 자신감 넘치는 수비를 보고 있으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야구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저들이 더 잘하면 우리가 진다. 우리 팀이 속한 경기 일산 토요3부리그는 ‘선출’(한국야구위원회에 등록된 적이 있는 선수 출신)을 한 명만 허용한다. 우리 팀에는 없다. 선출 한 명은 9분의 1이 아니다. 절반 이상일 수 있다. 흔히 사회인 야구에서 포볼은 3루타와 동일한 효과가 있다. 포수가 2루·3루 도루를 막지 못 해서인데 선출 포수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독자가 이 글을 읽을 때쯤에는 지난겨울부터 추위에 떨며 짬짬이 연습해온 우리의 첫 성적표가 나온다. 4월17일 아침 9시,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경기다. 벌써 떨린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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