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달 만이다. 813호에 ‘우리, 야구하게 해주세요’를 쓴 이후 남아공 월드컵 열기에 묻혀 지면을 얻지 못했다. 박용현 편집장도 “지금은 축구를 응원할 때!”라는 광고 카피에 꽂혔나 보다.
그렇다고 야구까지 쉰 것은 아니다. 그사이 무려 다섯 게임을 뛰었다. 비가 와서 취소된 경기까지 열렸다면 일곱 게임이 됐을 거다. 다행히 실력도 늘었다. 우리 팀 비비언스가 속한 리그가 망가지는 바람에 리그 홈페이지상 공식 기록은 여전히 2타석 삼진(타율 0.00)이지만, 만루 찬스에서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깔끔한 2루타도 쳐봤다. 방망이를 타고 손으로, 다시 온몸으로 퍼지는 짜릿한 울림, 안 쳐본 사람은 모른다.
좀 과장이 섞이더라도 앞으로는 밝은 얘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코너의 제목이 은근히 주술적인 힘이 있다. 야구하게 해달라고 쓴 뒤 원없이 치고 달렸다. ‘안타, 치는 자가 비정상’(807호) 직후 열린 경기에서는 내리 삼진을 당했다. ‘공포의 외인구장’(805호)으로 야구 인프라의 열악함을 지적했더니 결국 우리 팀 비비언스가 속한 투타리그가 망가지고 말았다.
리그가 파행을 겪고 있는데도 게임 수가 늘어난 이유는, 한겨레신문사에 야구단이 생겼고 거기에도 가입했기 때문이다. 야구단 이름은 ‘야구하니’. 한글을 사랑하는 한겨레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하니 사이트(www.hani.co.kr)에서 따온 순한글 이름이다. 한 몸으로 두 팀을 뛰다 보니 주말 이틀을 야구장에서 보내는가 하면, 경기 시간이 겹쳐 오늘은 어디서 뛰어볼까 고민하는 일도 생겼다.
야구하니의 첫 상대는 비비언스였다. 신생팀과, 지난겨울에 결성돼 손을 맞춰본 팀의 실력차는 확연했다. 야구하니는 다른 팀과 두 번의 친선 경기에서도 핸드볼 점수를 내주고 야구 점수를 얻었다. 대부분이 초짜여서 운동감각이 뛰어난 몇몇을 제외하곤 타격 폼이 엉성하고 수시로 알을 까는데도 마냥 즐거워한다. 이 코너의 첫 글 ‘야구인생의 시작’에서 언급했던 에 나오는,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즐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승부욕이 없다. 그게 질곡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좋다.
욕심이 생기면 다친다. 몸과 실력이 되지 않는데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 잘못 따라하면 크게 다친다. 특히 슬라이딩은 위험하다. 자세가 잘못되거나 스파이크가 땅에 걸려 인대와 뼈를 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안 해야지 맘먹고 들어가도 하게 되는 게 문제다.
야구하니 세 번째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유격수 앞 평범한 땅볼, 감독인 김동훈 선수(스포츠부 기자)의 나이스 캐치, 1루 주자를 2루에서 잡고 1루로 던져 더블 플레이를 하겠다고 2루로 달려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맘 급한 유격수는 공을 세게 던졌고 난 공을 보지 못했다. 야구공은 딱딱했다. 안경 아래 광대뼈에 맞아 가벼운 타박상에 그쳤지만 딸내미한테 혼났다. “아빠, 그런 얼굴로 들어오려면 야구 그만해!”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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