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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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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문학상이 펼친 10년의 이야기

혐오와 차별에 억눌린 소수자의 목소리가 글이 돼, 10회째 맞는 손바닥문학상
등록 2018-10-13 17:38 수정 2020-05-03 04:29
<한겨레21> 지면과 별책부록에 실린 손바닥문학상 수상 작품.

<한겨레21> 지면과 별책부록에 실린 손바닥문학상 수상 작품.

“손바닥문학상은 힘없는 사람들의 작은 웅얼거림을 듣습니다. 나쁜 세상의 뺨을 후려쳐주십시오. 착한 세상을 맞대어 악수하고 박수쳐주십시오. 세상에 대한 응어리를 소설로 풀어주십시오.”

2009년 9월, 은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손바닥문학상을 만들었다. 손바닥만 한 글이라도 누구나 글쓰는 세상을 열기 위해, 문턱 낮은 ‘글의 잔치’를 연 것이다. 그해에 첫 공모를 했다. ‘공모 대상: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주제나 소재로 한 창작문학. 분량: 200자 원고지 60~70장’. 손바닥 장(掌)자의 장편(掌篇)소설을 기다렸다. 응모 작품은 총 171편. 그중 여성 노동자의 고공농성을 다룬 신수원씨의 소설 ‘오리 날다’가 대상을 차지했다. 이 작품은 “수십m 높이의 철탑에서 홀로 농성하는 여성 노동자가 배변과 배설물 처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수치심을 밀도 높게 묘사함으로써 농성이라는 행위를 새로운 각도에서 보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을 계기로, 은 소설 같은 현실과 역사를 돌아보는 기획(제786호)을 마련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끝없이 농성에 몰릴 수밖에 없었던 소외된 이들의 외침을 되새기고, 한국 사회를 성찰하는 농성의 사회사를 짚었다.

은 2009년을 시작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가을이면 손바닥문학상 작품을 공개 모집한다. 해마다 10대 청소년부터 70∼80대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응모했다. 그들이 쓴 작품 역시 다채롭다.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의 애환, 장애인을 차별하는 시선, 쓸쓸하고 외로운 노년의 삶, 다문화 가정의 그늘, 혐오에 시달리는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적 소재가 글이 되어 세상을 비추었다. 동시대의 어두운 단면이 날카롭게 부각됐다.

제7회 손바닥문학상 심사위원인 소설가 전성태는 심사평에서 “여느 문학상 심사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소재들이 이 문학상의 미덕이다. 손바닥문학상에 투고된 작품만 보면 한 해를 정리할 수 있을 만큼 올해 한국 사회를 관통했던 사회 이슈가 골고루 작품에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손바닥문학상 심사를 네 차례 한 신형철 문학평론가 역시 ‘손바닥’만의 특별함을 이야기했다. “손바닥문학상 응모 작품을 읽으며 이 소설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제도적 욕망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그 이야기 속에 담긴 사회적 문제를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응모자들의 절실함이 느껴졌다. 손바닥문학상 응모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음울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과 공감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손바닥이 모인 덕분에, 손바닥문학상은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올해도 나쁜 세상의 뺨을 후려치는 매운 손바닥, 착한 세상에 맞대어 박수 치는 따뜻한 손바닥, 세상에 대한 응어리를 풀어놓는 절절한 손바닥, 그리고 여태껏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손바닥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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