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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연 재판부, 재판 지연하려는 윤석열 변호인에 끌려다녀 불안”

내란재판 지속 감시하는 김태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 간사
등록 2025-10-25 09:12 수정 2025-10-27 17:38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4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두번째 공판에서 취재진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4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두번째 공판에서 취재진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년 3월1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3명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의 첫 공판이 열렸다. 김태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가 ‘12·3 내란재판’ 감시 활동을 시작한 날이다. 내란 우두머리인 대통령 윤석열은 그로부터 18일 뒤인 4월4일에야 파면됐다.

김태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

김태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


김 간사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불과 보름 남짓 전인 2014년 4월1일 참여연대 활동가가 됐다. 그는 “신입 활동가 교육을 받던 중에 참사가 발생했다. 지금도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참여사회연구소와 사법감시센터를 거쳐 권력감시1팀장을 지낸 그는 올 2월부터 행정감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김 간사에게 내란재판의 현주소를 물었다.

―내란재판 감시 활동을 7개월째 하고 있는데.

“내란사건은 판례가 많지 않고, 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란 점에서 세계사적으로도 드문 사건이다. 내란재판은 법정 드라마와 다르다. 사용하는 용어도 어렵고, 진행 과정도 지루하다. 재판의 중요성이 엄청난데도 핵심 쟁점과 전체적인 큰 그림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걸 쉽게 전달하고 싶어 감시 활동을 시작했다.”

―재판은 어느 정도 진척됐나.

“거의 막바지로 가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가 격해지고 있다. 재판부는 12월 안에 변론을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구속된 피고인 김용현과 윤석열의 구속 기간 만료가 각각 12월24일과 2026년 1월9일이다. 그 전에 선고가 나올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피고 쪽은 재판을 늦춰 구속 만료로 풀려나려고 온갖 무리수를 동원하고 있다.”

―이를테면 어떤 방식인가.

“증인이 출석하면 재판의 핵심 쟁점과 별 관계가 없는 법령을 (화면에) 띄워놓고 조문을 하나씩 읽어가며 질문한다. 증인과 증거에 대한 동의, 부동의 여부도 밝히지 않는다. 동의하면 인정한 거로 간주해 넘어가고, 부동의하면 검증해야 하는데 그걸 피한다. 반면 특검 쪽은 구속 기간 만료 전에 재판을 끝내야 한다. 그러다보니 증인신문을 생략하거나, 아예 증인 신청을 취소하기도 한다. 어떻게든 선고를 늦추려는 자와 앞당기려는 자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점점 불안해진다.”

―지귀연 재판부에 대한 우려가 큰데.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첫째, 재판 진행 속도다. 피고 쪽은 구속 만료를 노리고 노골적으로 재판 지연을 시도한다. 재판부가 이를 제지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변호인에게 휘둘리고 있다. 10월20일 공판 때 재판부가 기일을 추가로 잡자고 하자, 피고 쪽 변호인이 소리를 지르면서 항의하기도 했다. 둘째, 피고 쪽에 불리한 증인이 출석하면 변호인이 인신공격성이나 위협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헌법에 따라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말하는 증인에게 ‘왜 군인이 헌법을 따지냐. 항명죄 아니냐’고 몰아세우는 식이다. 그런데도 증인을 보호해야 할 재판부는 가만히 보고만 있다. 소송의 중심을 잡고 끌고 나가려는 모습이 안 보인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다른 피고인 재판은 어떤가.

“지귀연 재판부와 많이 다르다. 판사가 신문 중간중간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쟁점을 정리한다. 변호인이 시간을 끌면 곧바로 경고도 한다. 진실을 규명하려는 재판부의 의지가 느껴진다.”

―향후 활동 계획은.

“1심이 끝날 때까지 내란재판 감시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4월 2주차부터 ‘주간내란재판 리포트’(https://www.peoplepower21.org/government/1996434)를 매주 금요일 참여연대 누리집에 올리고 있다. 1심 선고가 끝나거나 내란 1년 즈음에 모아서 전자책으로 묶어낼 계획이다.”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단편적인 속보도 필요하지만, 관점을 담아 맥락과 쟁점을 짚어주는 저널리즘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내란재판도 기사는 엄청 쏟아지지만, 자극적인 발언 보도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한겨레21이 중요한 사실관계를 취사선택해 특유의 관점으로 깊이 있게 분석하는 기사를 많이 써주면 좋겠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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