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한국사 시간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4일 오전 11시22분 윤석열이 탄핵됐다.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24년 12월14일 이후로, 시민들이 4개월 동안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광장과 거리에 나와 ‘윤석열 탄핵’을 목청껏 외치며 애타게 기다린 헌법재판소(헌재)가 내린 결론이다. 윤석열이 직무 집행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고, 그 위반 정도와 파급 효과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현직 대통령이 헌재 결정으로 탄핵된 것은 박근혜에 이어 이번이 헌정사상 두 번째다.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은 ‘윤석열을 탄핵해야 한다’로 일치했다. 헌재의 윤석열 탄핵 결정은 국회가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날(2024년 12월14일)로부터 111일, 헌재가 윤석열 탄핵심판 사건 변론을 끝낸 2025년 2월25일로부터 38일 만이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사회 공동체를 통합해야 할 책무를 위반하고, 군경을 동원해 헌법기관을 훼손하고 침해해 대한민국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며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파면에 따른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큰 것으로 인정돼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우선 윤석열 쪽에서 탄핵 소추의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하란 심판 청구가 부적법하고 절차상에 문제가 있으므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판단하지 않고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윤석열 대리인단은 국회 쪽이 탄핵소추의결서에 있는 내란죄 내용을 탄핵 심판 진행과정에 철회한 일, 증인들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 적힌 검찰 조서를 피청구인 동의 없이 헌재가 증거로 채택한 일 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헌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탄핵 소추 관련) 기본적 사실관계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법조문을 철회·변경 하는 것은 허용된다”며 “피청구인은 탄핵소추 사유에 내란죄 관련 부분이 없었다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가정적인 주장으로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윤석열 쪽의 주장을 일축했다.
윤석열이 탄핵 심판 과정에서 직접 출석해 “두 시간 짜리 내란이 있느냐”며 자신의 계엄의 성격을 ‘경고성’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헌재는 “이 사건 계엄이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엄 이후 탄핵 사유가 이미 발생했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볼수 없다(탄핵 소추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회가 제기한 탄핵 사유를 모두 받아들였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의결서 내용을 바탕으로 헌재가 정리한 쟁점은 ①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②위헌·위법한 계엄사령부 포고령 발령 ③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장,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 시도 ④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대한 불법 압수수색 ⑤전·현직 법관 체포 시도 등 다섯 가지였다.
문형배 권한대행이 헌재 대심판정에서 결정 내용을 선고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한 탄핵 사유는 ①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였다. 윤석열이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닌데도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선포 전 국무회의 심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 등 헌법과 계엄법에서 정한 계엄 선포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쪽 대리인단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가 ‘거대 야당의 정부 정책 발목 잡기와 입법 폭거, 일방적인 정부 예산 삭감 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대국민 호소 계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검사 1명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절차만이 진행중이었고,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법률안들은 재의를 요구하거나 피청구인이 공포를 보류해 효력이 발생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국회의 탄핵소추와 입법·예산안 심의 등 권한 행사가 계엄 선포 당시에 중대한 위기상황을 현실적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는 과정에 거쳐야 하는 국무회의도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고 봤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선포 취지를 간략히 설명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계엄사령관이나 이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고려하면 계엄 선포 심의가 이뤄졌다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석열은 2024년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꺼냈다. 우파 유튜버들의 근거 없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윤석열 쪽 대리인단은 계엄군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선관위에 출동해 선관위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전산실에 침입해 서버 등을 촬영한 행위(④)가 ‘계엄법에 따라 할 수 있는 조처’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 역시 헌법·법률 위반 행위라고 봤다. 문 권한대행은 “선관위가 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보안상 취약점을 대부분 조치했다고 발표했고, 사전 투표 우편 보관장소에 CCTV 영상을 24시간 공개했으며 개표과정을 수검표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피청구인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 인용 선고가 나자 2025년 4월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관저 인근에서 촛불행동 회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내란 수괴(우두머리) 전두환이 이끌던 신군부 내란 세력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1980년 5월17일 이후, 44년 만에 내란사태를 겪은 시민들을 가장 충격에 빠뜨린 일은 총기를 든 계엄군의 국회 침입이다. 경찰이 국회 출입문을 봉쇄하며 군의 국회 경내 진입을 지원했다. 탄핵 사유 ③이 이에 해당한다.
윤석열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발령 무렵부터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하기 전까지 경찰청장 조지호에게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지시했고,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에게 “총을 쏴서라도 (국회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으며, 육군특수전사령관 곽종근에게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공소장 내용이다.
윤석열은 부인했다. 그는 2025년 2월25일 최종 의견을 진술하며 “제가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했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의원들을 체포하고 끌어내서 계엄 해제를 늦추거나 막는다 한들, 온 국민과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그다음에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윤석열 쪽 대리인단도 이에 발맞춰 “피청구인은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금지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고, 체포하라는 지시도 하지 않았다”며 “군병력의 국회 출동은 질서 유지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는 “피청구인은 육군 특전사령관 등에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원 등을 끄집어 내라’고 지시하고, 계엄사령관을 통해 경찰청장에게 포고령 내용을 알려주고 여섯 차례 전화해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하도록 했다”며 “이로 인해 국회로 모이던 의원 일부는 담장을 넘어가거나 들어가지 못했고, 국방부 장관은 체포할 목적으로 국군 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과 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국회의 심의의결권,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토 방위를 사명으로 해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군인들이 시민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고 꾸짖었다.
국회 활동과 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는 내용 등을 담은 위헌·위법한 계엄사령부 포고령 발령(②)에 대해서도 헌재는 “피청구인이 포고령을 통해 정당활동을 금지함으로써 헌법조항이 보장하는 대의민주주의와 권력 분립 원칙을 위반했다”며 “비상계엄 하에서 기본권 제한과 관련해 정하고 있는 헌법상의 요건과 계엄법 조항,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들에게 48시간 내에 본업 복귀하도록 해서) 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⑤비상계엄 선포 후 전·현직 법관을 체포하려고 한 일에 대해서도 헌재는 “이는 현직 법관들로 하여금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한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하므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핵소추 사유별 판단을 차례로 설명한 문형배 권한대행은 윤석열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권한대행은 “헌법을 위반하며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고 헌법·법률을 위반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사회공동체를 통합해야 할 책무를 위반하고, 헌법기관을 훼손했으며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권한대행은 또한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해제 요구를 결의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수행 덕분이었고,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 중대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시민에 대한 존중을 나타냈다. 이는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받아 계엄을 해제했다”는 윤석열의 주장에 대한 일축이기도 했다.
헌재 결정 내용을 본 전문가들은 윤석열 파면 결정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헌법학자인 박진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윤석열 탄핵 사건은 박근혜 탄핵 사건과 비교했을 때도 헌법 위반과 법률 위반 행위가 더욱 명확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헌법재판관 8인이 쟁점 판단에 있어서도 별개 의견이나 보충 의견 없이 전원 일치된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국가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헌법학자인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파면은) 헌법학자의 관점에서 너무 당연한 판결이다. 이걸 (기각 또는 각하로) 달리 판결했다면 헌재가 더 이상 사법기관이 아니고 정치기관임을 자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헌재로서는 ‘파면’ 결정이 당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란죄 형사재판에서 ‘내란 우두머리’뿐만 아니라 내란 중요 임무에 종사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엄하게 이뤄져야 하고, 향후 사면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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