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피의자인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이 2024년 12월1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찬성 204, 반대 85, 무효 8, 기권 3) 체감온도가 영하인 추운 겨울, 거리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친 시민들이 ‘12·3 내란사태’를 일으켜 헌정 질서를 위협한 대통령 윤석열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2016년 12월9일 국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기권 2)한 날로부터 약 8년 만의 일이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12월4일부터 12월14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를 비롯해 전국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집회는, 촛불집회로 불리는 ‘박근혜 탄핵’ 집회(2016년 10월29일부터 2017년 3월11일까지 20차례에 걸쳐 매주 진행)와 닮은 점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절차가 남아 있지만, 거대한 규모의 시민들이 모여 공권력에 의한 폭력 사태 없이 민주주의를 위협한 권력자를 몰아낸 점이다. 집회 현장에서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노동자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가 각자의 삶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를 표출했다는 점도 닮았다. 다만 촛불집회 현장에서 이 목소리들이 주류가 되진 못했다.
한겨레21과 인터뷰한 시민들은, 이번 윤석열 퇴진 집회가 촛불집회와는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촛불집회 때도 여성혐오와 성차별, 성폭력, 사회적 참사로부터 안전한 사회, 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을 향한 차별과 혐오 중단, 차별금지법 제정, 최저임금 인상과 불안정 노동 철폐, 장애인 권리 보장과 같이 ‘누구나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요구가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의제들은 주류가 되지 못했고, 정권 교체 이후 제대로 실현되지도 않았다. 그런 기성 정치의 한계와 실패가 권력자 윤석열을 낳았다.
정권 교체 이상의 사회적 요구들이 법과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채로 촛불이 꺼진 경험을 아프게 기억하는 시민들은,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더욱 배제되고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 동료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것이 윤석열 퇴진 집회가 촛불집회와 다른 점이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12월11일 부산에서 열린 대통령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회색 목도리와 마스크로 머리와 얼굴을 가린 청년 여성이 단상에 올라서 한 연설이 화제를 모은 게 대표적 예다. 이 여성의 인터뷰도 함께 전하면서, 시민들이 이번 ‘응원봉’ 집회에 거는 기대를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한겨레21> 제1544호 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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