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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참사 한 달, 노동부는 리튬 취급 사업장 점검만…

등록 2024-07-27 13:32 수정 2024-07-27 19:35
2024년 7월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연 ‘아리셀 교섭 회피 규탄 및 정부대책 촉구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에 앞서 한 노동자가 아리셀 희생자의 얼굴 없는 영정 23개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2024년 7월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연 ‘아리셀 교섭 회피 규탄 및 정부대책 촉구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에 앞서 한 노동자가 아리셀 희생자의 얼굴 없는 영정 23개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 기업이 안전 관리할 능력이 없으면 (위험물을) 주지 말아야죠. 그걸 줄 거면 안전 관리 역량과 자원을 (정부가) 함께 공급하고요. 지금은 지원과 규제가 효율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지 않아요. 맛없는 당근과 안 아픈 채찍이죠.”

2024년 7월22일 국회 의원회관 제4 간담회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직업환경의)이 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 달 전 일어난 경기 화성 아리셀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의 재발방지책을 논하는 자리였다. 이 참사로 23명이 죽고 8명이 다쳤다.

류현철 이사장은 노동자가 죽고 다쳐도 기업의 매출 경영에 타격을 못 입히는 구조를 지적한다. 사망사고가 일어나도 사업주나 법인의 형량은 통상 벌금 500만원 수준(산업안전보건법·초범 기준)이다. 수억원의 안전 투자 비용보다 예측 가능하고 월등히 싸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뒤에도 벌금은 좀처럼 1천만원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영세할수록 무관심이 허용되는 면도 있다. 직원 50명 이상 기업부터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선임하고 그보다 작은 기업은 의무가 없는 식이다. 현행법상 사업주들은 사업장 위험에 대해 교육받을 의무도 없다. 그러다보니 영세 기업 스스로 안전 관리 역량을 기르지 않는다. 정부가 각종 설비 개선 비용을 지원한대도 관심이 저조하다.

2024년 6월26일 경기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주변 도로에 배터리 파편이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2024년 6월26일 경기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주변 도로에 배터리 파편이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디젤자동차에 환경부담금을 매기듯 비정규직 노동자를 쓰는 기업에 위험 관리 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을까? 기업이 위험 관리 역량을 적극적으로 키우도록 돕고, 그렇지 못한 기업엔 과감하게 진입 장벽을 친다면? 복잡한 용어로 쓰인 자료집 대신 작은 기업의 대표도 손쉽게 알 수 있는 교육법을 고민한다면 어떨까?

류 이사장은 이런 사례를 들며 ‘국가가 보다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아리셀 참사를 계기로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방치 문제를 총체적으로 짚어봐야 한단 취지다. 노동부는 참사 한 달째에도 리튬 취급 사업장만 점검할 뿐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기업의 어떤 문제를 지원하고 어떤 문제는 개입할 거냐, 어떤 문제는 아예 배제하고 문 닫게 할 거냐. 국가는 이런 관리의 층위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그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류 이사장이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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