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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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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7천 아니면 어때, 코딩 재밌으면 됐지

간호학과 출신 개발자 송명규의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4-09-27 16:05 수정 2024-10-03 07:40
❶ 비즈카페 유튜브 채널 갈무리

❶ 비즈카페 유튜브 채널 갈무리


“3개월 교육으로 초봉 7천만원!” “코딩으로 인생 역전!”

코딩 부트캠프(단기간 집중 교육) 업체들은 이런 자극적인 문구로 수강생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현실은 어떨까? 유튜브 채널 ‘좋코딩’의 웹드라마는 이 화려한 약속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 문과 졸업생이 부트캠프를 통해 연봉 2400만원의 중소 에스아이(SI·시스템 통합 및 개발) 업체에 취직하지만, 고강도 근무에 지쳐 탈주하는 결말을 맞는다. 이처럼 ‘개발자 100만 양성 시대’의 환상은 이미 깨져버렸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이들이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잠재 고객 발굴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아웃컴’의 공동창업자 송명규씨는 그 대표적 사례다. ‘좋코딩’ 속 주인공처럼 비전공자로서 부트캠프를 통해 개발자가 됐지만, 그의 이야기는 비전공 출신 개발자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간호학과 졸업 뒤 코딩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간호학과 재학 중에 우연히 스타트업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개발자들과 친해졌어요. 개발자와 팀을 이뤄 금융 서비스를 기획하고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을 했죠. 한번은 개발하고 싶은 기능이 있었는데, 개발자들이 시간이 없어 우선순위에서 밀렸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인터넷을 뒤져가며 만들었죠. 그때는 챗지피티(GPT)도 없어서 정말 고생했어요. 에러가 나면 어디가 왜 틀렸는지 몰라서 ‘음, 왜 안 돌아가지?’ 하다가 조금 있다 돌리면 또 돌아가고 ‘음? 왜 돌아가지?’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했어요. 퇴근 후와 주말 할 것 없이 매달렸죠.”

―명규씨도 ‘네카라쿠배' 같은 꿈의 직장 취업을 목표로 했나요.

“요즘은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도 부족하고, ‘네카라쿠배-당토(당근마켓·토스)-직야(직방·야놀자)-몰두센(몰로코·두나무·센드버드)-마에그원(마이리얼트립·에이블리·그린랩스·원티드랩)’까지예요.(주요 스타트업을 마치 대학교 서열처럼 표현하는 현상이다.) 몇 개월 공부한 지식으로는 깊이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코딩 테스트는 합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1차 코딩 테스트는 합격했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퀴즈를 푸는 게 정말 프로그래밍의 본질일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저는 남들이 만든 틀에 맞추기 힘든 사람이라 나만의 틀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창업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른 회사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틈틈이 개발 블로그를 써 부족한 부분을 채웠죠.”

―부트캠프를 수강한 개발자에게 창업을 추천하나요.

“창업? 하지 마세요. 그냥 하지 마세요. 이런 말을 듣고도 창업이 하고 싶다면, 그래도 하지 마세요. 창업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사람만이 창업해야 해요. 아니면 버티기 힘들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는 상상을 현실로 만듭니다. 제 경우에는 예전부터 데이터로 모든 것을 혁신하고 싶었어요. 특히 ‘이건 데이터나 로직(프로그램을 만들 때의 논리적인 흐름)으로 안 돼’ ‘이건 불가능해’ 하는 것들을 꼭 데이터로 풀고 싶었죠. 그래서 세일즈 영역을 데이터로 혁신하려 해요. 이런 게 코딩의 매력이에요. 대장장이처럼 무엇이든 만들 수 있으니까요. 부트캠프는 시작일 뿐이고, 진짜는 그 후부터예요. 뭔가를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해야 비약적으로 발전해요. 실제 사용자가 쓰는 서비스에 참여하는 것만큼 좋은 경험이 없으니까요. 부트캠프 3개월 뒤 바로 연봉 7천만원은 못 찍더라도, 저는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게 좋아요.”

김수진 컬처디렉터

 

송명규 제공

송명규 제공


송명규의 플레이리스트

비즈카페
https://www.youtube.com/@B_ZCF

간호학은 실수 또는 한 차례의 실패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엄격한 분위기예요. 그에 반해 코딩과 비즈니스는 실패를 딛고 발전하더라고요. 실패를 다루는 마인드를 배우고 창업가로서 좀더 담대해졌죠.

이과형
https://www.youtube.com/@scibrother

이 채널을 보면서 코딩할 때도 항상 의문을 갖고 검증하는 자세를 배웠어요. “그런데 이것은 틀렸습니다.” 이과형의 말투가 중독적입니다.

코딩애플
https://www.youtube.com/@codingapple

코딩 유튜버가 눈에 띄게 많아지는데, 코딩애플은 확실히 달라요. 교육방송(EBS) 같지가 않달까요. 개발자의 문화를 알아주는 채널이죠. 개발자가 ‘if 문’ 하나 까먹으면 개인정보가 털립니다. 역시 틀리면 안 되겠습니다.(자꾸 1번 추천과 순환 오류)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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