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월2일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시위를 한 뒤 지하철을 타러 가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한겨레 김혜윤 기자
‘오늘도 박경석들은’ 잡혀가고 있다. 2024년 1월9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맨날 잡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11월20일부터 전장연은 서울지하철 역사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보장 및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선전전과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지 않았지만 15명이 연행당했다. 11월24일에는 경찰이 강제연행하면서 박 대표가 휠체어에서 떨어져 부상을 당했다. 이날로 506일째 지하철에서 이동권 시위를 한 그에게 물었다.
—다친 곳은 괜찮은지.
“휠체어 장애인 특성상 한번 다치면 욕창이 생겨서 계속 치료하고 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
—연행되면 어떻게 되나.
“경찰서에서 하룻밤 자는 것이 필수다. 조사가 끝나면 풀어줘도 되는데 48시간 내내 잡고 있다.”
—요즘 지하철 행동은 어떻게 하는지.
“요즘은 시민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승강장에서 시민들께 외친다. 2021년 11월3일부터 햇수로 4년, 만 2년이 넘게 매일매일 선전전을 벌였다. 예산 집행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요구해왔다. 법으로 의무화된 예산조차 반영하지 않는 점을 비판했다. 지난 12월부터는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해고 철회를 함께 요구하고 있다. 전장연이 관련됐다는 이유로 400명을 해고해 저항하고 있다. 우리가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하는데도 서울교통공사는 경찰과 함께 우리를 강제로 연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지시한 ‘전장연 죽이기’ 방식이다.”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다룬 ‘오늘도 박경석은’ 표지이야기(제1408호 2022년 4월18일 발간)는 2022년 올해의 표지로 뽑혔다. 그는 “사진이 잘 나와서 더욱 영광”이라며 웃었다. 당시 인터뷰 중 그가 한 “뭐 죽겠죠”라는 말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토론으로 차별과 혐오가 더 심해질지 모른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지만, 2001년 서울역에서 처음 쇠사슬로 몸을 묶고 선로에 누워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한 뒤 20여 년 역사와 고통을 응축한 말이기도 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20년을 훌쩍 넘었다.
“2001년 당시 몇 개 없던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90% 넘는 역에 생겼다. 세계 1위 지하철을 만든 공로가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역으로 이제는 그만하라는 식으로 말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수도권 대도시 중심의 이동수단인 지하철은 좀 나아졌어도, 전국으로 보면 친구를 만나러 시외로 이동하려면 한 달 전에 주차를 예약해야 한다. 기동성이 비장애인에 비하면 노비와 양반의 차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이준석과 대립하던 때에 비해 이동권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많이 식었다. 모든 의제가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이동권은 시간이 가면서 확장될수록 시민에게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나이가 들거나 아파서 교통약자가 되면 장애인이 요구해온 이동권이 얼마나 필수적인지 느끼게 되지 않나.”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타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전장연의 노고를 생각한다.
“그래서 장애인권리예산이 중요하다. 탈시설장애인당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탈시설장애인당의 당은 ‘무리 당’이 아니라 ‘마땅할 당’이다. 모두가 가져야 할 마땅한 권리라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다. 총선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약속할 후보와 접촉하고 투표 참여 활동도 벌인다.”
<한겨레21>은 2001년부터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박 대표와 인터뷰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한겨레21>이 깊이 있게 취재하고 흐름과 방향을 보여준 기사들이 역사적 기록이 됐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록이 빛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2024년은 그가 노들장애인 야학교사를 시작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그는 “고향” 같은 야학에 아직도 교사로 함께하고 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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