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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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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한테 “못된 말”하고 광고 끊긴 언론, 1년 뒤 ‘뉴스민’

등록 2023-09-08 20:55 수정 2023-09-16 12:36
2023년 8월24일 서울 건국대에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천용길 <뉴스민> 대표가 발표에 나서고 있다. 천용길 제공

2023년 8월24일 서울 건국대에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천용길 <뉴스민> 대표가 발표에 나서고 있다. 천용길 제공

천용길(38) <뉴스민> 대표는 지역 언론인이다. 2012년 대구에서 <뉴스민>을 창간해 11년째 운영하고 있다. <한겨레21>은 <뉴스민>이 막 창간한 직후인 2012년과 폐간 위기를 맞은 2023년 초 천 대표를 만났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지역에 밀착한 기사를 쓰겠다는 <뉴스민>이 추구하는 가치는 한결같았다. 규모가 늘어난 회사를 운영하는 게 문제였다.(제1452호 “참 못된 질문이네” 홍준표 말 뒤 광고 끊긴 ‘뉴스민’) <뉴스민>은 위기를 극복했을까. 반년 만에 천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2023년 2월 인터뷰 때 <뉴스민> 후원 독자가 400여 명 수준이었다. 지금은 좀 늘었나

“지금은 850명 정도 된다. <한겨레21> 보도가 나간 이후 많이 늘었다. 대구 지역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도 찍었다. 그 과정을 거치며 5월에 후원 독자가 800명을 넘어섰다. 이후 조금씩 늘고 있다.”

―홍준표 시장 취임 뒤 2022년 하반기부터 대구시 광고도 끊긴 상태였는데, 아직 그대로인가.

“그렇다. 그런데 이제는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 생각이다.(웃음) 대구시는 (2023년 5월) 대구MBC 취재를 거부하면서 취재 거부 리스트를 돌렸는데, 그 안에 <뉴스민>이 포함된 일이 있었다. 다만 대구시가 이후에 (취재 거부를) 취소하긴 했다.”

―최근 미디어의 미래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 발제자로 나서 ‘길거리 저널리즘’을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기성 언론 보도에서 등장하지 않는 취재원들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취재 기법 중 하나다. 많은 언론이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만 현장을 찾는데, 우린 일상적으로 찾는다. 경북 지역 과수원 작업장을 찾거나, 청소년을 만나러 학교나 학원 근처를 가는 식이다. 언론에 자주 나오지 않는 취재원에게 질문하는 행위 자체가 그 사람들이 공론장에 발 디딜 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역 언론은 이런 노력을 더욱 해야 한다.”

―지난 인터뷰 때 경북 시군별로 독립언론을 만들고 싶다 했는데.

“논의는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두 가지 방식을 열어놓은 상태다. 먼저 시군 지역에서 누가 독립매체를 만든다고 하면 행정 업무를 <뉴스민>이 맡아주고, 1~2년 정도는 <뉴스민>이 전재료 형식으로 지원해주는 방식이 있다. 또 <뉴스민> 기자가 지역에 가서 주재기자 형태로 일할 수도 있다. 결국 사람이 더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채용 계획은 있나.

“당분간은 없다. 아직 <뉴스민> 직원들 임금이 최저임금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후원자가 1천 명쯤 되면 한 명 더 채용할 수 있을 것 같다. 2024년 하반기에 채용해보려 생각 중이다.”

―<뉴스민>이 최근 관심을 둔 주제는 뭔가.

“<뉴스타파>와 함께 검찰 특별활동비 공개 관련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 2천 쪽 넘는 자료를 이제 다 받아 수기로 입력하는 작업을 마쳤고, 곧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당장 예정된 기사 중 동네 주민들과 쉼터 실태를 조사한 것이 있다. 보도가 나간 뒤 지방자치단체에 개선 방법도 제안할 생각이다. <뉴스민> 혼자 보도하고 끝내기보다 일종의 지역 문제를 해결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0대 때부터 <한겨레21> 애독자였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보면서 힘이 많이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21>이 먼저 치고 나가는 보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신문 <한겨레>에서 다루는 이슈와 비슷해 ‘확장판’ 느낌도 든다. <한겨레>의 색깔과 기사 포맷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이전부터 <한겨레21>의 큰 무기 중 하나는 정치 의제를 먼저 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역별 의제 지도 같은 걸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기승전21은 <한겨레21>과 인연이 있는 ‘그때 그 사람’을 찾아 안부를 묻고 <21>의 안부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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