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제1467호 표지이야기 취재 과정에서 처음 건설현장에 들어가봤습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건설현장에 간 건 김윤영(57)씨를 인터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를 따라 지하 1층 깊이까지 내려갔을까요. 쌓인 건축 자재 사이로 컨테이너가 하나 보입니다. 멀리서 볼 땐 창고 같았는데, 문을 여니 휴게실입니다. 가로 2m 세로 12m 남짓의 공간에 작은 평상이 있고 정수기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건설노조가 있으니까 이 정도 휴식 공간이 있죠. 원래는 (세로) 3m도 되지 않는 곳에 한 14명씩 집어넣고 휴게실로 써요. 대한민국의 현장 99%가 그런 식으로 한다고 보면 됩니다.” (윤영씨)
휴게실 뒤쪽 담배를 피우는 휴식 공간이 있습니다. 그 한쪽 벽에 ‘현장 안전보건 방침’이라는 글이 붙어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일일 위험성 평가를 정착·실현해 위험 요인이 존재하지 않는 현장을 추구하며….” 헬멧을 쓰고 안전화를 신고 안전수칙을 들여다보는데, 문득 머릿속에 한 건설노동자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불안전한 시공을 하는 건설현장이 많아지고 있어요. 인천에도 철근을 빼먹어서 지하가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잖아요.” 2023년 6월1일 국회의원회관 토론회에 참석한 한 건설노동자의 말입니다. 그가 말한 사고는 2023년 4월 일어났습니다. 인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1~2층 상부 구조물이 무너졌습니다. 설계와 달리 지하 주차장 지붕층 30여 곳에서 철근을 빼먹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예방할 수 없었을까요?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서 하는 불시 안전점검이 있지만 윤영씨는 실효성이 없다고 합니다. “현장마다 안전점검 나오는 건 다 알고 있어요. 그나마 노조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일하지만, 노조가 없으면 미리 청소만 깨끗이 해놓고 점검 당일엔 몇 명만 나와서 일해요. 그럼 걸릴 일이 없죠.”
정부의 초점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2023년 3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 성과라며 2863명을 적발해 2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월례비 등 각종 명목의 ‘금품갈취’가 2153명, 건설현장 출입방해 등 ‘업무방해’가 302명이었습니다.
정부가 노조 단속에 매진하는 동안 인천 아파트 건설현장의 부실공사는 ‘차근차근' 진행됐습니다. 그곳에도 마곡의 건설현장에서 봤던 안전수칙은 있었을 겁니다. 사고 이후 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입주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보도된 사진을 봤습니다. 취재진 카메라 앞에 선 원 장관 뒤로 ‘안전제일' 테이프가 눈에 띕니다. 원 장관님, 누구의 안전이 제일인가요?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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