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현(32)씨는 기자를 취재하는 기자다. 2018년 1월 미디어 비평 매체 <미디어스>에 입사한 뒤 현재 <미디어오늘>에서 일한다. 미디어를 다루는 기자로 일하기 직전, 그는 <한겨레21>에서 교육연수를 받았다. 2017년 여름의 일이다. 윤씨는 당시 외줄을 타고 청소하는 노동자의 안전에 관한 기사를 썼다. 노동과 안전에 관해 취재했지만, 기사를 쓰고 정작 남은 건 ‘언론’ 문제였다.
―<21> 연수생을 한 지 딱 6년이 지났다. 어떤 기억이 남아 있나.
“대략적인 수준의 아이템을 들고 와 회의를 거쳐 기사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노키즈존을 다룬 기사(제1176호 ‘개는 되지만 아이는 안 됩니다')가 대표적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게 문제가 되나’ 생각했다.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고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기사로 만드는 것을 보고 기자란 이렇구나 생각했다.”
―원래 미디어 비평 매체를 지망했나.
“전혀 생각이 없었다. 연수생 때 외줄 노동 취재를 위해 장례식장을 간 게 계기였다. 외줄 노동을 하다가 사망하신 분이 계셨는데, 지역 언론에 단신 기사만 나왔다. 장례식장에 갔는데 혼자였다. 단신 기사로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데, 자세히 다루는 언론이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기존 언론 보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진 사안은.
“정부의 언론 광고에 관심이 많다. 적게는 몇백만원, 많게는 몇억원이 광고비로 들어가는데 거래의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 광고는 효과보단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언론사에 얘기할 명분이 생겨서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정부 광고는 결국 세금이다. 국민 세금을 가지고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보험 차원의 광고를 하는 건 지양해야 하지 않나 싶다. 최근에는 정부가 어떤 광고를 어떤 언론사에 했는지 보고 있다. 정부가 어디에 광고비를 집행했는지를 보면 어떤 정책에 힘줬는지도 알 수 있다.”
―최근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씨와 관련한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기사가 논란이 됐는데, 어떻게 봤나.
“기자 생활을 하거나 기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면서 배우는 기본 원칙이 있다. 의혹을 제기할 때 최소한의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는 것. <월간조선> 기사엔 근거가 없었다. 자기확신만 있었던 것 같다. <조선일보>는 기사를 쓴 기자가 확인했다지만 취재가 충분치 않았다. 당사자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더 취재할 방법이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요새 <21>은 어떤 것 같나.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21>엔 언론을 다룬 기사가 많아서 좋다. 최근에만 해도 대구의 독립언론 <뉴스민> 관련 기사(제1452호 ‘“참 못된 질문이네” 홍준표 말 뒤 광고 끊긴 ‘뉴스민’’)나 김만배 사건으로 촉발된 법조기자단 문제를 다룬 기사(제1453호 ‘검찰에게 서서히 가스라이팅되어가다’), <조선일보> 보도의 문제를 다룬 기사(제1465호 ‘분신방조? 말문이 막힌다… “‘손에 라이터 버려라’ 말렸죠”’) 등 꾸준히 기사를 낸다. 단순히 문제가 터졌을 때 쓰는 게 아니라 <21>만의 시각으로 기사를 내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도 단편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유가족들의 이야기가 왜 중요한지 보여준 점이 좋았다. 이런 게 <21>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기승전21은 <한겨레21>과 인연이 있는 ‘그때 그사람’을 찾아 안부를 묻고 <21>의 안부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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