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크게 두 유형의 화법을 즐겨 쓴다. 하나는 이전 정부 탓하기, 다른 하나는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인지하지 못(안)한 채 다른 이에게 넘기는 ‘유체이탈’ 화법이다. 북한 무인기 5대가 2022년 12월26일 서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경기 김포·파주, 인천 강화 지역 상공을 비행한 사건에서도 이 화법은 그대로 나타났다.
군 당국은 이날 5시간 이상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했다. 무인기 1대는 서울 북부 상공에까지 날아와 머물다 북쪽으로 빠져나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후 군사분계선(MDL)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유·무인 정찰기를 투입했다. 남북 모두 9·19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에서 비행한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분양받은 안내견 새롬이를 데려와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진행했다(사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따로 열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12월27일 국무회의에서 “수년간 군의 대비태세가 부족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번에 무인기를 포착하는 과정에서 2018년 배치한 국지방공레이더 등을 이용한 것을 보면, 이전 정부 탓만 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과거에 이미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지금까지 뭘 한 거냐”며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된다”며 강경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대 전체를 지휘·통솔하는 권한을 가진 국군통수권자는 대통령이다. 대통령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한반도 평화를 최우선으로 둔다면 무작정 ‘강경대응’이 최선인지, 군사적 대응 외에 평화적 해결 방법은 없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하지만 관련 발언 역시 없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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