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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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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공부하지 마라

등록 2022-11-30 07:27 수정 2022-12-09 00:46
2022년 11월21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캠퍼스에서 학자금 부채 채무자인 청년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2022년 11월21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캠퍼스에서 학자금 부채 채무자인 청년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2022년 11월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논술·면접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분주하고 부모도 덩달아 초조하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대학교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지금 20~30대 청년도 한때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거치면서 이들은 ‘아이들’이 아니라 ‘채무자’로 바뀌었다. 대학 간판을 얻으려 채무자가 된 청년도, 채무자가 되기 싫어 간판을 포기한 청년도 청년 체감실업률 27%(2021년 2월 기준) 앞에 절망했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갚지 못한 채무자가 101만6613명에 이른다. 대출잔액 합계는 6조4933억원이다. 이는 학자금대출 중 ‘일반상환 학자금대출’을 제외한 통계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채무자가 100만 명이 넘는 것은, 청년들이 취업해 사회에 첫발을 떼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채무자가 된 청년은 ‘묻지마 취업’을 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다.

<한겨레21>은 2022년 9월 중순부터 민주노총 서울본부·서울민중행동·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 등이 참여해 출범한 ‘학자금부채탕감운동본부’와 함께 과거 학자금대출을 받았던 청년의 삶이 현재 어떠한지 살펴봤다. 부산·창원·광주 등 지역 청년 4명과 서울 청년 3명을 만나거나 전화로 인터뷰했다.

‘학자금 부채 탕감’은 얼핏 과격해 보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논의 중인 제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학자금대출 탕감 정책에 공화당이 소송을 내며 반대해, 최근 미국 사회가 시끄럽다. 유럽의 많은 대학은 ‘무상교육’을 시행한다.

한국은 어떤가. 부모 세대의 빈부 격차가 고스란히 아이들의 기회 격차로 이어져 대학 등록금도 누군가에게는 평생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 되고 있지는 않나. 인터뷰한 서울 사립대 출신 청년은 대출 문제로 한국장학재단 담당자와 실랑이하다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냥 돈 없으면 공부하지 말라는 거죠?”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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